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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진의 현장에서] 90년대생 개미들

밀레니얼 세대의 주식광풍이 연일 화제다. 주식으로 ‘한탕’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절박함이 이들을 증시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주식시장은 ‘잠시 잠깐’ 투자해볼 만한 신기루 같은 존재다. 부동산 진입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자산 증식을 위한 또 다른 탈출구를 제시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그 안에서도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후기 밀레니얼의 삶은 좀더 열악하다. 대기업을 다니든, 전문직에 종사하든 부모로부터 상속재산을 받지 않고선 5년 안팎 모은 시드머니로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결혼도 하고 전셋집이라도 얻은 40세 전후 밀레니얼들의 삶이 부럽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주변 90년대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지인들은 1주당 수십만원하는 해외 주식을, 월급이 짜다며 호소하는 지인들은 저렴한 동전주라도 산다. 국내 은행 5개사(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이 120조2043억원 규모까지 불었다고 하니, 빚까지 내 투자할 정도로 달아오른 최근 기류를 눈앞에서 목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밀레니얼들에게 양질의 기업을 찾아 미래 기업가치에 투자하겠다는 장기투자 관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장기투자계획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미국 증시 대형주를 매수한 사례에 불과하다. ‘주식으로 하루빨리 시드머니를 키워야 변두리 부동산이라도 꿈꿔볼 것 아니냐’는 게 이들의 절박한 속내다. 누구보다 주식에 열정적이지만 누구보다 먼저 주식시장에서 탈출해 부동산투기판에 들어가보려는 것이 이들의 꿈인 셈이다.

돈과 사람이 넘쳐나는 작금의 주식시장은 돈 벌면 부동산시장으로 떠나겠다는 밀레니얼을 붙잡을 매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입장 바꿔 생각하면 중요도는 달라진다. 자본시장은 밀레니얼 세대가 그다지 중요한 존재가 아닐지라도, 작금의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자본시장이 자산 증식을 위한 거의 유일한 돌파구이자 디딤돌이다.

밀레니얼 세대에 주목한 업계에선 정책당국과 금융기관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자본시장이 뉴노멀 시대 속에 모험자본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장기적으로 수행하려면 당국과 업계가 건전한 금융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상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얘기도 반복해서 나온다.

최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 업계도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저비용 지수상품, 뮤추얼펀드 또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높은 집값에 좌절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당신들이 활용할 수 있는 투자처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개인주식투자 열풍이 한때의 광풍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한 수익과 장기적인 자산 축적을 이를 수 있도록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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