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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기] 김재련 변호사는 일찍이 ‘성희롱 처벌 공백’을 우려했다

  • “안아달라” 통화하면 처벌이지만, 직접 말하면 ‘무죄’?
    성희롱 처벌못하면 방조죄도 성립안되는 것이 현실
  • 기사입력 2020-08-0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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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8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 위력에 의한 성폭력사건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회견을 연 뒤 참가자들이 보랏빛 우산을 쓴 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같은 경우는 공동체에서 보호하고 치료해야 할 대상이지, 부정적 평가를 내포해선 안 됩니다.” “변호사님, 확진자가 아니라 살이 ‘확 찐 자’요!”

지난 6월 말 ‘확진자’에서 변형된 신조어인 ‘확찐자’로 조롱한 상사의 행동이 모욕 또는 성희롱에 해당하는 지 여부에 대해 김재련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당시 김 변호사는 청주시장 비서실에서 벌어진 해당 사건에 대해 관심을 표하면서도,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연락이 되지 않는 등 바쁜 모습을 보였다. 돌아보니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고소 건으로 한창 바쁠 때였다.

그런데 당시 김 변호사가 해당 사건과 상관없이 특히 강조한 얘기가 있었다. “온라인 메신저 등을 통한 성희롱은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에 해당하는 반면 직접 대면해서 성희롱을 한 경우 딱히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이에 대한 전면적인 강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오프라인상으로는 대놓고 ‘너랑 자고 싶다’고 해도 처벌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정이 있어야 합당하다는 문제의식이 사회 전체에 보편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희롱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면, 이에 대한 방조죄도 물론 성립할 수 없다.

실제 직접적 신체 접촉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성적 발언만으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에도, 성희롱 가해자를 처벌할 수는 없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주가 가해자에게 징계·전보 등 필요한 조치를 내려야 하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업주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박 전 시장의 행동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에 해당하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제13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정도다. 그나마 해당 법령 제10조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있어야 하며, 제13조에 해당하기 위해서도 텔레그램 등의 증거가 나와야 한다. 박 전 시장이 “안아 달라”고 했거나 멍든 무릎에 ‘호~’ 입김을 불어넣었던 것 정도로는 성희롱일지라도 처벌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김 변호사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의뢰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그는 “진정 형식이 아니라 직권조사를 요청한 이유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도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개선할 문제를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권고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사건에서 개선이 필요한 여러 가지 부분이 있다. 인권위에 해당 사안의 조사와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28일 여성단체들이 요청한 8가지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법적 처벌이 애매한 ‘성차별’과 ‘성희롱’을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띈다. ▷서울시와 관계자들의 성차별적 직원 채용·업무 강요 ▷박 전 시장의 성희롱, 강제추행 등 성적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의 정도 ▷서울시와 관계자들의 직장 내 성희롱·성범죄 피해에 관한 방조 ▷직장 내 성폭력·성희롱 피해에 대한 미흡한 피해 구제 절차 등이다. 법적 처벌 제도가 마련돼 있는 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 외에 성희롱과 성차별에 대해서도 처벌 또는 구제 절차가 시급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상임위원회를 열고 상임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박 전 시장의 의혹에 관해 직권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국선 전담 변호사는 “성희롱에 대해서는 특별한 처벌 규정이 없어 경범죄 처벌법을 적용하거나 민법상 손해배상만 가능한 상황이 많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많아 가이드라인을 정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법으로 정한다면 구성 요건을 객관적이고 엄격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희롱은 어떻게 규정돼야 할까. 국내 1호 성희롱 재판으로 불리는 ‘서울대 우 조교 사건’을 맡아 유죄를 이끌어낸 40대 박원순 변호사의 변론에서 성희롱의 정의를 참고할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여성만의 독특한 경험을 고려하며, 합리적인 여성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위법성의 요소를 판단해야 한다. 호숫가에서 아이들이 장난삼아 던진 돌멩이로 개구리를 맞추면, 아이들은 장난이지만 개구리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성희롱은 빈번히 문제 될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새로운 유형의 불법행위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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