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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서민 위한다는 임대차법, ‘전세난민 양산법’되지 않아야

말 많았던 ‘임대차 3법’이 사실상 국회를 통과해 곧 시행된다. 임대차 3법 개정안은 세입자에게 기존 계약이 끝나면 2년 연장하는 ‘2+2’를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폭은 직전 계약액의 5% 안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상한을 결정토록 한 것이 핵심이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이라는 법의 취지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입법의 취지에 걸맞게 시장이 움직일 것이냐 하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임대차법이 정부 여당 뜻대로 세입자의 주거안정과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보다는 전세대란을 넘어 ‘주거대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걱정이 앞서고 있다.

당장 현재 서울의 전세 물량은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임대차법 시행까지 겹치면 자칫 전세대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의 절반에 그친다. 안 그래도 전세의 씨가 마르고 있는데 보유세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전세금을 올려 받지 못하면 집주인 입장에서 임대를 해야 할 이유가 거의 없어진다. 월세가 증가할수록 주거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2+2’로 4년이라는 적잖은 시간 동안 세입자는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한다. 하지만 4년이란 족쇄가 채워지면서 집주인은 낮은 전셋값으로 계약하기보다는 비싼 전세를 놓을 수 있을 때까지 빈집으로 놀리겠다는 경우도 나온다. 임대차법의 기반이 될 전월세 신고제가 시스템 구축문제로 내년 6월에야 시행할 수 있다. 집값 대란을 이유로 입법을 서두르다 보니 반쪽짜리가 될지 모를 지경이다.

임대차법 시행 전 보증금을 올려 받으려는 움직임 탓에 전셋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서울 강남 등은 2주 만에 몇억원씩 폭등하고 있다. 현장에 제일 가까운 공인중개사들도 전셋값이 더 뛸 것을 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이 13일부터 24일까지 공인중개사 614명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주택가격 전망설문 결과 84%라는 압도적인 다수가 전셋값이 오른다고 봤고, 44%는 4% 이상 대폭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다.

안 그래도 집값 폭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입법 취지와 달리 법은 법이고 현실은 현실대로 따로 움직인다면 전세난민을 없애자는 임대차법이 자칫 전세난민 양산법이 될 수도 있다. 전셋값 안정의 근본적인 처방은 충분한 물량공급이다. 아울러 임대차법 시행을 앞둔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를 정책당국이 새겨들어야만 입법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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