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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협치는 고사하고 정쟁과 파행으로 얼룩진 ‘실망 국회’

21대 국회가 어렵사리 문을 열었지만 연일 실망스러운 모습뿐이다. 숫자를 앞세운 ‘슈퍼 여당’의 일방 독주는 도를 넘었고, 이에 맞서는 야당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원 연설을 통해 “대결과 적대 정치를 청산하고 협치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강조한 게 불과 보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협치 비슷한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국회 기재위와 국토위, 행안위에서 28일 이뤄진 법안 상정과 처리는 우리 국회의 암담한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기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종합부동산세법을 비롯한 이른바 ‘부동산 3법’ 등 7·10 부동산대책의 후속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상임위 소위 구성과 여야 법안심사 등 일체의 과정을 건너뛰었다. 법안 상정 관례와 절차를 무시한 채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통합당이 강하게 반발하며 표결 불참을 선언했지만 저지할 방법은 없었다. 국토위와 행안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176석의 거대 여당이 무소불위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한 하루였던 셈이다.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시켜 국민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민주당의 명분은 전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회는 국민의 대의(代議)기관이다. 속도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민주적 절차를 무시해선 안 된다. 야당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 역시 국민의 목소리다. 경청하고 토론하며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국민이 민주당에 의석을 몰아준 것은 이를 주도적으로 하라는 것이지 입법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연일 국회를 무시하듯한 막말 파동 역시 민주당의 도 넘는 독주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추 장관은 27일 국회 법사위에서 통합당 의원 질의와 관련해 “소설 쓰시네”라고 발언하는 바람에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질의가 다소 듣기 거북했더라도 국무위원이 국회에서 할 말이 아니다. 통합당이 ‘국회 무시’, ‘안하무인’이라며 발끈하는 것은 당연하다. 슈퍼여당의 힘을 믿고 국회를 가벼이 여기다 보니 의미없는 소모적 정쟁만 부추기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구도라면 21대 국회 내내 여당의 독주와 야당의 보이콧, 이로 인한 정쟁으로 얼룩질 공산이 크다.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무엇보다 숫자를 떠나 민주당이 야당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수레는 한쪽 바퀴가 아무리 튼튼해도 다른 한쪽이 부실하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국정운영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건강하고 견제력이 있어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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