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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적같은 선방" 자신감보다 냉정한 현실인식이 중요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성장이 매우 큰 폭으로 후퇴하는 것에 비하면 우리 경제는 기적같이 선방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더해지면 3분기부터 경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 말대로 성장률만 따져보면 한국경제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2분기 성장률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가 기록적인 역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 전분기 대비 ?3.3%를 기록했다. ‘남들보다 덜 나쁜 것’은 맞지만 기록적인 역성장을 했는데 ‘기적’이란 표현은 과하다. 당장 중국 성장률이 3.2%를 기록한 것만 봐도 기적이란 단어를 쓸 정도는 아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분기 성장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이후 22년 만에 최악이었다.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수출은 16.6%가 줄어 60여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10조원이 넘는 재난지원금을 뿌렸는데도 정부 예상보다 훨씬 안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역대급 재정투입이 없었다면 더욱더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2분기 성적표를 기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3분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기저효과에 수출회복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3분기 이후 반등은 코로나 확산 여부에 달려있다고 보는 게 맞다.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 코로나 팬데믹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확신하는 것은 냉정한 접근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제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급격히 좋아지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방역처럼 경제에서도 우리는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기일수록 자신감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미증유의 코로나 팬데믹이 닥친 상황에서 3분기 반등을 자신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분기 성장률만 해도 정부는 2%중후반대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안 좋았다.

경제당국자가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하면 거꾸로 기업이나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자신감은 가져야 하지만 더 우선돼야 할 것은 냉정한 현실인식이다. 자칫 지나친 낙관론에 기초한 정책은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오히려 경제위기를 조장할 위험이 다분하다. 위기에서는 지나친 낙관보다 냉정한 현실인식이 더 중요하다. 예측불허 코로나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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