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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집값 폭등의 주범

탐사 기획이라는 모 방송 시사 프로그램. 최근 서울 집값이 오른 이유를 2014년 ‘분양가상한제 폐지’라고 한다. 당시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을 주도한 국회의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한다. 그중 상당수는 다주택자로 2015년 이후 집값이 올라 시세차익을 얼마나 누렸는지 격앙된 목소리로 전한다. 그들이 집값 폭등의 주범이란다. 제목은 분양가상한제 폐지 내막 추적이다. 집값이 오를 걸 알고 강남 재건축 ‘특혜법’을 통과시켰다는 투다. 특혜라는 게 강남 재건축을 원활하게 하고,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 근거가 되는 법이다.

전형적인 음모론이다. 당시 시장 상황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런 식의 주장을 펴긴 힘들다. 현재 경기도 구리시에서 전세를 사는 필자 이야기를 하자. 당시 평소 알고 지내던 중개업자가 서울 송파구 모 아파트가 7억원대 급매로 나왔다며 사라고 권했다. 집값의 대부분을 대출로 해결할 수 있어 충분히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안 샀다.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 같아서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주택시장 침체가 심각해 ‘하우스푸어’란 표현이 시사 키워드였다. 집이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이다. ‘깡통주택’이라고도 했다. 집값이 떨어져 전세보증금도 돌려주지 못하는 집이다.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그러니 아무리 급매물이어도 사고 싶지 않았다. 송파구 그 아파트는 현재 20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당시 샀다면 10억원 이상 시세차익을 누렸을 거다. 당시 그걸 누가 알았겠나? 정말 집값 폭등을 예상하고 정부와 국회가 각종 주택 규제를 풀었겠나? 기약없이 하락하는 주택시장 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당시엔 그게 정부의 역할이었다.

그때 국회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 건 건설사들이 조금이라도 공급을 더 하도록 유도하려는 차원이었다. 사실 당시 분양가상한제는 유명무실했다. 시세보다 싸게 분양을 해도 미분양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침체기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하는 규제를 계속 유지하는 게 별 의미가 없었다.

그 와중에 전셋값은 계속 올랐다. 집을 안 사고 전세에 눌러앉은 사람이 많았고, 신혼부부 등 새로 주택시장에 진입한 계층도 전세만 찾았다. 집주인은 집값이 안 오르니 계속 전세를 놓을 이유가 없었다. 월세로 자꾸 돌렸다.

2015년 서울 평균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를 넘었고, 2016년엔 75%까지 갔다. 서울에서 집값의 25%만 주면 전세 끼고 집을 살 수 있었다. 5억원짜리 집을 전세를 끼고 1억2500만원만 주면 살 수 있었다. 그즈음 집을 사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갭투자(전세 끼고 집을 사는 투자)’가 늘어난 때다. 경기 상황이 제법 괜찮아졌고, 저금리로 돈을 빌리기 쉬웠다.

이 상황을 정말 분양가상한제 폐지 효과로 집값이 반등했다고 해석하는 게 합리적인가.

집값을 결정하는 변수는 무한대에 가깝다. 정부 정책은 물론, 국내외 경기 상황, 주택 수급 여건, 전세가율 변화, 실질 소득 변동, 유동성 흐름 등 무수한 변수가 집값을 움직인다. 집값이 정말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 이렇게 왔다고 믿는가. 그렇다면 20번 넘는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집값이 계속 오른 문재인 정부를 지목해야 하는 게 차라리 합리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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