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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삼성자산운용, 계열사 자금 ‘1조’ 담은 인프라펀드 만든다
“삼성 보험계열사 해외투자 가속화 차원” 풀이
인프라투자에 따른 RBC 하락 대비 차원 해석도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계열 보험사 자금을 토대로 해외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는 1조원 규모 펀드 조성에 나선다. 보험업권에 대한 해외 자산 투자 한도 규제가 최근 보험업법 개정으로 완화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프라 투자에 수반되는 지급여력비율(RBC) 하락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생명 등 계열사 자금만을 토대로 1조원 규모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투자 대상은 해외 인프라 자산이다. 계열사 자금만을 가지고 1조원 이상 인프라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삼성그룹이 처음이다.

그간 삼성자산운용은 해외 대형 운용사들의 펀드를 재간접펀드로 설정해 계열사 및 외부 기관 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인프라 자산에 투자해왔다. 현재도 글로벌 최대 부동산·인프라 자산운용사 브룩필드나 인프라레드, 피에라 엑시엄 인프라스트럭처 등 운용사의 펀드를 국내 기관에 마케팅 중이고, 삼성생명 등 계열사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던 삼성자산운용이 계열사 자금만으로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선 것을 두고, 업계는 삼성 계열 보험사들이 해외 인프라 투자 역량 확대를 시급한 과제로 설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우선, 보험사의 해외 투자 한도를 50%로 확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기존까지 보험사는 외국통화·외화증권·외화파생상품 등 해외 투자를 일반 계정의 경우 총자산 30%, 특별계정은 총자산의 20% 이내에서만 할 수 있었다.

한 대형 증권사의 대체투자 담당자는 “저금리 시대의 해외 투자는 보험사 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리는 핵심 창구가 될 것”이라며 “인프라 투자에 있어 삼성자산운용은 대형 은행 계열사를 업은 경쟁사들에 비해 딜 소싱 역량이 떨어졌는데, 하루빨리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특별자산펀드 설정액은 약 3조6000억원으로, KDB인프라자산운용·KB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NH-아문디자산운용·신한비엔피파리바자산운용 등보다 규모가 작다.

해외 인프라 투자가 보험사 RBC(Risk Based Capital ratio) 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BC란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보험사가 리스크 손실금액을 보전하는 데 동원할 수 있는 자본량(가용자본)을 각종 내재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의 손실금액(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인프라에 투자할 때에는 주로 모건스탠리나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통하는데, 문제는 일반 대출채권에 투자할 때에도 상황전환우선주(RCPS) 등 지분투자 증권을 함께 인수해야 하는 게 현재 업계 관행이라는 점이다. 보험사의 RBC 산출 과정에서 채권 투자 시 적용되는 신용위험계수는 0.8~6% 수준이지만 지분상품에는 8~12%가 적용된다. 즉 글로벌 운용사들과 경쟁해 직접 원하는 딜을 소싱할 역량이 되지 않는 한, 인프라 투자 확대는 RBC 하락 부담을 빠르게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인프라 투자를 담당하는 또 다른 증권사 임원은 “직접 수익증권을 인수하지 않고 운용사를 통해 블라인드펀드에 출자하면 추후 펀드 지분 유동화나 리츠 상장 등 RBC 부담을 떨어트릴 대책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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