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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수 기자의 불멍톡8] 아이와의 첫 캠핑, 언제부터 스타트?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삶에선 무수히 많은 선택지가 있다.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 것은 정답이 없다. 반복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의외로 많은 선택은 이성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의미가 큰 것이 바로 ‘첫’이다. 이성으론 확신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에서, 우리가 결정을 내리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게 바로 ‘첫’이다. 첫사랑, 첫 만남, 첫 경험, 첫인상, 첫 직장, 첫 월급, 첫아이…. ‘첫’이라는 관형사는 어느 명사에 붙어도 영혼을 흔드는 무엇인가가 있다.

구구절절 말이 길어진 건 캠핑에도 ‘첫’이 중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캠핑 붐을 타고 주변에서 많이 묻는 말 중 하나가 “아이와 언제부터 캠핑을 떠날 수 있을까”다. 돌이 지나면? 말을 할 수 있다면? 뛰어놀 수 있다면?

정답은 당연히 없다. 다만 중요한 건 ‘첫’이다. 처음으로 떠나는 가족캠핑, 언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의 정답은 ‘언제부터 시작하면 즐거울까’다. 첫 캠핑은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

그렇다면 언제 떠나야 첫 캠핑이 즐거울까. 가족캠핑에서, 특히나 어린아이와 함께 시작할 첫 캠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먹거리’다. 분유를 타야 할 나이가 있고, 이유식을 먹어야 할 나이가 있으며, 밥을 먹는 나이가 있고, 라면도 먹는 나이가 있다.

그다음은 ‘잠자리’다. 감기에 들면 절대 안 될 아이가 있고, 아직 땀구멍이 열리지 않아 땀띠가 스트레스인 아이가 있으며, 누울 자리만 있으면 잠 걱정은 없는 아이가 있다.

단계별로 상상해보자. 먼저 분유를 먹어야 할 아이와 함께 떠나는 가족캠핑. 일정한 온도의 뜨거운 물을 맘껏 활용할 수 있는 캠핑장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럼 필요한 게 일단 온도계·티포트·젖병소독기, 그리고 물론 일정한 온도의 잠자리도 필수.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바닥에 에어매트도 깔아야 한다.

이유식을 먹는 아이라면? 일단 전자레인지가 필수. 요즘 캠핑장 중에선 다행히 전자레인지가 있는 곳이 많다. 다만 사전에 유무는 확인해야 한다. 이유식을 얼려 가야 하니 아이스박스도 필수. 혹여 이유식이 상하면 큰일이니 아이스박스 성능도 중요하다. 아이와 계속 함께 있어야 하니 부부만의 시간은 일단 접어두자.

밥을 먹는 아이라면? 일단 먹거리 준비는 한결 자유롭다. 비록 아이를 위해 메뉴를 상당 부분 양보해야 하지만. 라면까지 먹는 아이라면? 아, 일단 짐이 대폭 줄어든다. 먹거리는 캠핑장에 가서 사도 된다. 햇반과 라면이면 한 끼 정도는 거뜬하다. 잠? 하루 이틀 파쇄석 위에 돗자리만 깔아도 어른이 문제지, 아이들은 잘만 잔다.

이미 글 곳곳에 묻어나지만 주변 지인이 물을 때마다 하는 답변은 “첫 가족캠핑이라면 가능한 한 늦게 해도 좋다”다. 왜냐면 ‘첫’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육아법도 마찬가지다. ‘집돌이’인 아이가 있다고 치자. 이 아이를 밖으로 나가게 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당연히 처음엔 설득해볼 것이며, 십중팔구 결국 아이와 싸울 것이다.

정말 중요한 건 싸움 여부가 아니다. 그래서 억지로 가다시피 했던 이후의 경험이 얼마나 즐거웠는가다. 억지로 나갔지만 그래서 맞은 첫 경험이 즐거웠다면 그다음엔 싸움의 시간이 줄어든다. 그런 경험이 점차 쌓이면서 마침내 아이가 먼저 집 밖 놀이를 찾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게 첫 경험이다. 만약 억지로 나간 첫 경험이 지겨웠다면? 괴로웠다면? 그 뒤로는 수 배의 노력과 시간이 걸릴 테고, 그럼에도 첫인상을 지우기가 힘들 것이다.

캠핑도 마찬가지다. 첫경험이 괴롭다면 다신 캠핑하기 힘들다. 우리의 삶에서 ‘첫’은 그만큼 소중하며, 중요하다.

물론 품을 수 있는 부모의 역량엔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니 정답은 없지만, 개인적으론 다섯 살 이상 됐을 때 캠핑을 떠나길 추천한다. 그전엔 글램핑이 더 낫겠다. 5~6세만 되더라도 캠핑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렵지 않게 어울린다. 아이도 즐겁고 부모도 편하다.

여하튼 결론은 우리 인생에서 ‘첫’의 특별함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거다. 첫 캠핑은 아마 평생 두고두고 기억할 추억이 될 테니. 그러니 소중히 아끼고 행사해 보물처럼 간직하시길.

◆캠핑 팁

캠핑 때 아이와 함께 무엇을 하고 놀지를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일단 장난감은 최소화하자. 아이들은 심심하면 스스로 놀잇감을 찾는다. 파쇄석의 돌을 갖고 놀거나, 풀을 뜯어 놀고, 나뭇가지로 게임을 한다.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로 스케치북에 풀로 붙여 꾸미는 놀이도 좋다. 갯벌에 가면 갯벌도감, 숲으로 가면 식물도감 등을 하나 챙겨가도 좋다. 의외로 보다 보면 어른이 더 신나곤 한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것도 중요. 원래 캠핑은 멍 때리기 위해서 가는 거다. 그리고 아이들도 멍하니 보낼 시간이 필요하니.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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