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전문 운용사와 손잡고 1050억 조성
여수·동두천·창녕·곡성에 국내 최대규모 개발
사업장 개발·운영 주체는 亞인프라 개발사 에퀴스
[헤럴드경제=이호·최준선 기자] 하나금융투자가 국내 최대 규모 폐기물 처리 시설 투자에 나선다. 에너지·인프라 투자에 특화된 국내 신생 운용사와 손잡고 개발 단계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할 계획이며, 직접 출자자로도 참여한다. 투자 대상인 폐기물 시설은 아시아 지역 인프라 전문 투자회사인 에퀴스(EQUIS)가 개발하고 운영할 예정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에너지·인프라·대체투자 전문 사모투자운용사인 제네시스매니지먼트(이하 제네시스PE)와 공동운용사(Co-GP)로 1050억원 규모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조성에 나선다. 이 중 100억원은 하나금융투자가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총 사업규모는 초기 확정이 약 2900억원이며, 추후 조 단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가 투자할 회사는 제네시스PE가 설립할 특수목적법인(SPC·가칭 제네시스하나환경)으로, 이 회사는 실제 개발 주체인 홀딩스컴퍼니를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다. 홀딩스컴퍼니는 아시아 지역 인프라 전문 투자회사인 에퀴스와 함께 1대9 비율(펀드가 90% 지분 보유)로 지배하게 되며, 여수, 동두천, 창녕, 곡성 등 4개 사업장을 거느리게 된다.
개발되는 4개 사업장에서는 폐기물 소각과 슬러지 건조, 스팀 판매 사업, 고형폐기물연료(SRF) 생산 등이 이뤄진다. 목표로 하는 폐기물 처리 용량은 일일 1790t에 달하며, 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전체 소각처리 시설의 용량은 일일 9800t 수준이다.
하나금융투자는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펀드 조성 전까지 브리지론(단기 자금대출)도 제공한다. 나아가 펀드 자금 조달이 늦어질 경우 직접 지분증권을 총액인수해 재매각(셀다운)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즉 하나금융투자는 개발 자금을 조달하기 앞서 신용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개발에 투자하는 펀드의 출자자, 수익증권 중개자 역할까지 도맡은 것이다.
펀드 조달을 마무리하고 해당 자금으로 브리지론을 상환한 뒤에는 개발 사업을 주도할 에퀴스가 본격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000억원 규모의 PF 조달 계획이 잡혀 있으며, 이 역시 하나금융투자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펀드의 만기는 사업장별 인허가 문제 등을 모두 해결하고 브리지론이 인출된 이후 4년까지다. PF도 조달되기 전 이뤄지는 지분투자인 만큼, 목표수익률은 연간 내부수익률(IRR) 기준 약 20%에 달한다.
한편, 에퀴스는 지난 2011년 출범해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에 매진해온 회사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그간 1·2호 펀드를 통해 27억달러(약 3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 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GIP·Global Infrastructure Partners)에 매각된 이후 기존 자산운용업에서 직접투자 및 개발로 정체성이 바뀌었는데, 한국지사는 그 이후인 2018년에 설립됐다.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펀드를 운용할 제네시스매니지먼트는 에너지, 인프라, 대체투자 분야에 특화된 PEF 운용사이자 컨설팅 기업으로 지난 2016년 설립됐다. 현재까지 미국 내 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하는 4개의 펀드를 운용했으며, 운용자산은 1억달러 규모다.
IB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이진국 사장(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주도해 PEF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번 폐기물 처리 개발 사업도 이러한 기류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