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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교수 아빠는 문제내고 딸이 풀어 ‘A+’…기막힌 학사비리

연세대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종합감사 결과가 놀랍고 충격적이다. 입시와 학사 업무는 물론 회계 등 대학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86건의 비리가 쏟아져 나와 교수와 교직원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12건은 배임 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의뢰할 정도로 중대사안이었다고 한다. 대학을 포함한 사학 비리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학교는 국내 최고라는 평판을 받는 명문 사립대다. 그러기에 교육부 감사 결과는 더 당혹스럽다.

교육부가 14일 공개한 감사 결과를 보면 말문이 막힐 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기에도 ‘아빠 찬스’가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공이 전혀 다른 교수 아빠가 딸에게 자신의 강의를 듣게 하고 ‘A+’ 학점을 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집에서 문제를 내고 이를 그 제자 딸이 풀었다는 것이다. 일반 학생들은 높은 취업 장벽을 넘기 위해 죽기 살기로 공부하며 학점에 목을 매고 있다. 이들의 실망감과 배신감이 어떠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동료 교수 아들을 대학원에 합격시키기 위해 미리 짜고 점수를 조작한 경우도 있었다. 그 때문에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내고도 탈락하는 학생이 나왔을 것 아닌가.

그뿐이 아니다. 교직원을 채용하면서 출신대학을 차별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전임 교원을 뽑을 때 인사위원을 임명하지 않고 일부 교수가 임의로 서류를 작성하기도 했다. 모두 공정한 경쟁과 거리가 한참 떨어진 일들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청년들이 분노하고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파동이 사회 문제화된 것은 모두가 납득할 만한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한데 뚜껑을 열어보니 국내 명문 사학에서도 이러한 불공정 경쟁이 만연해 있었다.

보존 기간이 지나지 않은 입학 전형 자료를 무더기로 폐기한 사실도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이 가운데는 조국 전 장관의 아들 관련 서류도 포함돼 있다. 단순 실수인지, 고의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학까지 정치적 외압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심의 빌미가 된 것만으로도 해당 대학의 책임은 크다. 보직을 맡은 교수들이 증빙도 없이 법인카드를 흥청망청 쓰고, 부속병원 교수들은 이 카드로 유흥주점을 드나들었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정의를 가르치고 실천해야 할 대학이 부정과 비리, 불공정의 온상이었다는 사실이 이번 감사를 통해 생생하게 드러났다. 비단 이 학교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대학의 통렬한 자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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