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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한증식’ 네이버-카카오…목적지는 ‘금융 꼭짓점’
네이버 ‘유통’·카카오 ‘확장성’ 강점
금융권, 빅테크 금융 진출에 긴장
간편결제 바탕…가두리 전략 주시
금융당국, 후불결제 가이드라인 작업중
신용카드업계 “사실상 여신 허용” 민감
KB국민카드 ‘KB페이’로 맞대응 준비

“네이버는 유통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 돈이 오가는 그 중심에 서있다. 카카오는 확장성이 있다. 은행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있어 카카오톡이라는 SNS를 매개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이 바라보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평가다. 이들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Big Tech) 기업의 금융 진출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과 검색 시장을 잡고 있는 네이버, 전국민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가진 카카오는 각각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떠오르게 한다. 알리바바는 유통플랫폼을 기반으로, 텐센트는 메신저 ‘위챗’을 통해 금융 시장까지 진출해 금융 생태계를 완전히 뒤바꿔놨다는 평을 받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장 두려운 것은 이들의 연결성”이라며 “막대한 고객군을 바탕으로 비금융분야, 금융분야를 자유롭게 연결해 나간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보다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 첫 상대는 신용카드사다. 가장 기초적이고, 일상적인 금융행위인 ‘결제’를 바탕으로 교두보를 확보하고, 이후 금융서비스 전반으로 영역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결제’를 기반으로 고객을 ‘가두리’ 격인 플랫폼에 유치하면, 각종 금융상품을 손쉽게 팔 수 있다.

▶신용카드업계, 빅테크 ‘페이’ 공포=최근 카드업계는 아비규환이다. 지급결제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핀테크 업자들이 후불결제라는, 사실상 신용공여 기능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네이버페이를 이용해 물건을 사는데 결제금액이 부족하면 네이버페이가 잔금을 내주고, 소비자는 결제일에 이를 지불하면 된다. 한 마디로 신용카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미 지난해 2월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이 참여한 금융결제인프라 회의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논의된 사안이다. 업계는 최대 50만원 정도로 후불결제 한도를 예상했으나 100만원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 신용카드 업계에서 고객의 월 평균 이용액은 60만원~80만원 가량이다. 월 100만원의 신용한도는 사실상 현행 신용카드의 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전자금융업자 규제를 받는 이들이 여신업까지 진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도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지급결제 선불충전금도 당초 한도가 200만원이었으나, 지난달 금융위에서 300만~500만원으로 증액됐다. 온라인 기반 간편결제 시장이 점차 성장하는 추세고, 아울러 온라인 상의 카드 이용액 또한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쇼핑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카드 결제 규모는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 ‘발톱’ 감춘 네이버·카카오 “우리가 커지면 카드사도 이익”=네이버와 카카오는 간편결제 사업의 경우 오히려 카드사에게도 득이 된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들은 “페이 간편결제 수수료에는 전자결제대행사(PG사)나 부가통신업자(VAN사)에 지불하는 금액도 포함된다”면서 “이들 PG사나 VAN사는 카드사에도 일정 비용을 지불하므로 결국 카드사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다른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지만 페이업계는 그렇치 못하다”며 “후불결제를 허용해도 카드사들이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질 확률은 낮다고 본다”고 강조한다.

또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후불결제는 아직 가이드라인조차 나온 게 없어 신용카드사들이 ‘실체 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페이 관계자는 “아직 후불결제 한도가 명확히 나오지 않았고,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제시된 바도 없어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확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페이 쪽에 후불결제가 가능하도록 논의가 이뤄진 이후 계속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중”이라고 말했다. 충당금이나 결제 수수료 등 규제에 대해서는 “이용자 보호나 건전성 고려해서 추진하고 있고, 연체같은 부분도 카드사와 형평을 고려해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카드사도 ‘페이’ 강화하지만=카드업계도 빅테크 기업에 맞서 나름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올 하반기 중 자체 간편결제 수단인 ‘KB페이’를 선보인다. KB페이는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페이의 마그네틱 보완 전송(MST)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은행, 보험, 증권 분야 등 금융지주에 속한 다른 금융업과의 시너지라는 전문성이 강점이다.

빅테크의 플랫폼에 맞서 폭넓은 가맹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간편결제 사업자 중 가장 규모가 큰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조차 가맹 네트워크는 50만여개로, 통상 신용카드사들이 150만개 이상 가맹점을 가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규모 측면에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빅테크와 전통 금융사 간 결전의 승부는 결국 ‘빅데이터’에서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검색시장과 SNS 시장을 바탕으로 한 비금융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하고 있다. 전통 금융회사도 그 간의 방대한 금융데이터를 기반으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비교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유창우 비자(VIsa)컨설팅&애널리틱스 상무는 “카드사들은 가맹점망을 가지고 있고 그걸 프로세싱할 수 있는 능력, 방대한 결제 데이터까지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활용하는 폭이 좁다고 본다”며 “카드사가 가진 데이터들을 토대로 질 좋은 오픈API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핀테크 등 타 업종과도 협업해야 카드 산업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아직은 전통 금융사에 승산이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카카오가 금융 쪽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것을 보면, 기존 금융권이 위협을 느낄 만큼은 아니다”라며 “은행만 놓고 봐도 카카오와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이 모두 가능한 고객일 경우 한도 등 측면을 고려해 대다수가 기존 금융권을 선택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네이버에 대한 위협감은 있지만 금융 라이선스를 계속 획득해 나갔을 때의 얘기”라면서 “그게 쉽지 않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 금융 판도가 뒤바뀌긴 어렵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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