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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두 죽음 앞에 민낯 드러난 편협하고 저급한 우리의 품격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을 둘러싸고 불거지는 논란이 참담하고 볼썽사납다. 두 죽음 앞에서 편협하고 저급한 우리 사회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고 만 것이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망자에 대한 조롱이 난무하고 진영 논리에 휩싸인 산자들의 악다구니가 판을 치는 모습이다.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상실한 듯하다.

13일 발인식을 마치고 영면에 든 박 시장의 경우는 그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쟁점의 핵심은 서울특별시장(葬)의 타당성 여부다. 성추행 혐의자에게 국민 혈세를 들여 성대한 장례식을 치르는 게 옳은지를 따져보자는 것인데 이런 논란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행되는 반사회적인 행위들이 실망스럽다 못해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무엇보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문제다. 박 시장에게 피해를 봤다고 호소한 전 여비서를 ‘꽃뱀’에 비유한 플래카드가 박 시장 빈소 앞에 한때 펼쳐지기도 했다. 일부 극렬 지지자의 일탈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유명인사들까지 가세했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친여 인사들이 “여성이 무슨 벼슬이냐”며 피해자를 몰아세우는 모습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을 미화하는 여권 인사들의 언급도 적절하지 않다.

반대 진영의 박 시장 희화화는 한 마디로 반인륜적이다. 한 유명 유튜브 채널에선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북악산 현장을 찾아 고인을 한껏 조롱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그런가 하면 박 시장 분향소 주변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작태도 있었다. 단지 정치적 이념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그 깊은 갈등의 골이 언제나 메워질지 아득하기만 하다.

백선엽 장군과 관련한 논란도 내편과 네편으로 나눠지기는 마찬가지다. 백 장군은 15일 육군장으로 치러지며 대전국립현충원 안장이 최종 확정됐다. 그런데도 ‘국장(國葬)’을 치러야 한다는 과도한 주장과 ‘야스쿠니 신사’로 가야 한다는 조롱성 주장이 여전히 충돌하고 있다.

박 시장도, 백 장군도 파란만장한 인생의 굴곡을 거쳐왔다. 이에 따른 공(功)과 과(過)는 있게 마련이다. 우리 편의 보고 싶은 면만 감싸고 돈다면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은 언제든 재연할 것이다. 내편, 네편을 떠나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하는 보편적인 상식의 정치가 아직 자리잡지 못한 탓이다. 두 죽음이 한층 성숙한 사회, 품격있는 상식의 정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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