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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선엽 사후 2개의 전선 "현충원 안돼" vs. "대전 아닌 서울이 마땅"[김수한의 리썰웨펀]

  • 25개 독립운동가 단체 "친일파를 현충원에 안장하다니"
    미래통합당 "대전 아닌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주장
  • 기사입력 2020-07-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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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에서 장병이 조화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고 백선엽 장군의 생전, 그를 놓고 일제 강점기 '친일파'냐, 6.25전쟁 당시 나라를 구한 영웅이냐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0일 밤 11시께 그가 사망하자 이제는 그를 놓고 새로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백 장군의 공로를 기려 그의 장례를 5일간 육군장으로 거행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했다. 그러자 한쪽에서는 '친일파'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 반대편에서는 고인을 국립대전현충원이 아니라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백선엽 장군의 인생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기점으로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다.

1920년 11월 23일 평안남도 강서에서 태어나 1939년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이 중국 동북지방에 세운 국가인 만주국의 중앙육군훈련처를 졸업했다. 1943년 4월 만주군 소위로 임관, 조선인 독립군 토벌대로 악명 높은 간도특설대에서 근무했다.

친일반민족 행위를 조사연구하는 시민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백 장군은 1943년 12월 간도특설대 기박련(기관총박격포중대) 소속으로 중국 팔로군 공격 작전에 참여했다. 일제 패망 때 그의 신분은 만주군 중위였다.

간도특설대는 일제 패망 전까지 동북항일연군과 팔로군을 대상으로 108차례 토공 작전을 벌였고, 이들에게 살해된 항일 무장세력과 민간인은 172명에 달한다.

◆일제 강점기 백선엽, 만주군 장교로 간도특설대 근무=백선엽 백 장군은 생전 간도특설대에 근무한 적은 있지만, 독립군과 직접 전투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 장군이 1983년 일본에서 출간한 '대(對) 게릴라전-미국은 왜 졌는가'라는 책에는 간도특설대 활동이 반민족 행위였음을 시인하는 취지의 기술이 담겨있다.

백 장군은 책에서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이이제이(以夷制夷)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고 썼다.

백 장군의 복무 시절인 1944년 7월, 9월, 11월 간도특설대가 무고한 조선인 등을 살해하거나 식량을 강탈했다는 등의 기록은 당시 상황을 기록한 '중국조선민족발자취 총서'에 담겨있다.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백 장군을 포함시켰다.

백 장군의 2년 남짓한 간도특설대 경력은 백 장군에게 친일파라는 지울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만주군 중위 백선엽은 1945년 8월 15일 광복과 함께 육군 중위로 임관하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육군본부 정보국장(대령)으로 근무했다. 1950년 4월 최전방 1사단 사단장이던 백 장군은 6월 25일 전쟁이 발발하자 부대 지휘 중 8월 낙동강 전선까지 후퇴했고, 경북 칠곡 다부동 전투에서 북한군의 대구 진출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전환되자 10월 미1기갑사단과 함께 북진해 평양을 탈환했다.

◆6.25 전쟁 발발하자 초고속 진급해 최초 육군대장 올라=1951년 7월 미국이 북한, 중국과 휴전협상을 시작했을 때 한국군 대표로 참석했고, 1952년 육군참모총장에 올랐다. 전쟁 중 1사단장에서 1군단장, 육군참모총장으로 고속 진급한 것이다. 이어 1953년 1월 우리 군의 최초 대장으로 진급했다. 당시 그의 나이 33세였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육군대장 계급장을 달아주면서 옛날에는 임금만이 대장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공화국이라서 신하도 대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단 한미 군사당국은 백 장군에 대한 애도 성명과 입장문을 내고 그를 추모했다. 그러나 백 장군에 대한 사회 각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11일 백 장군에 대해 "진심으로 그리워질 영웅이자 국가의 보물"이라며 애도했다.

그는 "백 장군은 오늘날 한미동맹을 구체화하는데 믿을 수 없는 공헌을 했다"며 "6·25전쟁 당시 군인으로 복무하고, 한국군 최초 4성 장군으로 육군참모총장까지 한 백 장군은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국군 장병을 대표해 한평생 대한민국과 군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백 장군에게 높은 경의를 표하고, 가슴 깊이 추모한다"며 "백 장군의 가족과 친지에게 진심 어린 애도와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 번지며 확대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친일파'의 국립현충원 안장이 불가하다는 주장이고, 반대편에서는 대전현충원이 아니라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단체 연합인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은 12일 정부가 백 장군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6.25 공로가 인정된다고 독립군을 토벌한 친일파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이 나라다운 나라인가"라며 "진정 나라를 위해 살아온 영웅이었다면 조용히 선산에 묻히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25개 독립운동가 단체 "독립군 토벌한 친일파를 현충원에 안장하다니, 이게 나라냐"=이어 "국립현충원 안장을 고집해 나라에 분란을 일으키고 독립운동가와 후손에게 상처 주지 말기를 부탁한다"며 "국가보훈처는 현행법이라는 무책임한 논리로 국민감정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는 12일 성명을 내고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규정된 고 백선엽씨에게 믿기 힘든 국가 의전이 제공되고 있다"면서 논란에 가세했다.

센터는 "백씨는 일제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중위로 복무하며 일제의 침략 전쟁에 자발적으로 부역했다"며 "이 조선인 일본군은 광복 이후 대한민국 육군참모총장을 지내고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친일 행적에 대해 사죄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육군이 백 장군의 장례를 5일간 육군장으로 진행하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한 데 대해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센터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청년들에게 친일파를 우리 군의 어버이로 소개하며 허리 숙여 참배하게 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백 씨가 갈 곳은 현충원이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육군참모총장은 육군장을 중지하고, 조기 게양으로 국기를 모독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며, 국가보훈처도 대전현충원에 백씨를 안장하는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김홍걸 의원 등이 발의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친일파를 국립묘지에서 모두 파묘해 이장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육군은 지난 11일 부고를 내고 오는 15일 오전 7시 30분 서울아산병원에서 서욱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육군장 영결식을 연다고 밝혔다. 같은 날 11시 30분 대전현충원에서 안장식을 거행한다.

서욱 육군참모총장이 장의위원장, 김승겸 육군참모차장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장의위원은 육군 일반참모부장들로 구성됐다.

육군은 이날 부고와 함께 낸 보도자료에서 "고 백 장군은 1950년 4월 제1사단장으로 취임해 낙동강지구 전선의 다부동 전투에서 한국군 최초로 합동작전을 통해 대승을 거둬 반격작전의 발판을 제공했다"며 "같은 해 10월 국군 제1사단이 먼저 평양을 탈환해 민족의 자존심과 국민의 사기를 드높였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백 장군을 대전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백 장군은 오늘날 대한민국 국군의 초석을 다졌던 진정한 국군의 아버지"라며 "백 장군을 동작동 국립 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인가"라고 썼다.

주 원내대표는 "그와 함께 싸워 이 나라를 지켰던 국군 용사들은 대부분 동작동에 잠들어 있다"며 "6.25전쟁 중 전사한 12만 호국 영령들은 지하에서 '우리의 사령관 백선엽 대장과 동작동에서 함께 하겠다'고 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식민지에서 태어난 청년이 만주군에 가서 일했던 짧은 기간을 '친일'로 몰아 백 장군을 역사에서 지워버리려는 좌파들의 준동"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종철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백선엽씨는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이 조선독립군 부대를 토벌하기 위해 세운 간도특설대에 소속되어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장본인"이라며 현충원 안장을 반대했다.

그는 "일부 공이 있다는 이유로 온 민족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일제의 주구가 되어 독립군을 토벌한 인사가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면 과연 앞서가신 독립운동가들을 어떤 낯으로 볼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대전 아닌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주장=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백 장군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백 장군이 4성 장군으로서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며 "별세에 대해 당이 입장을 내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일 국가보훈처와 육군에 따르면, 백 장군 유족 측이 보훈처에 대전현충원 안장을 신청했으며, 이날 관련 심의를 거쳐 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 안장이 확정됐다.

국립묘지법 제5조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현역군인 사망자, 무공훈장 수여자, 장성급 장교, 20년 이상 군 복무한 사람, 의사상자 등을 현충원 안장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백 장군의 '공로'만 놓고 본다면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현충원에 안장돼 있는 '친일파'들의 무덤을 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독립운동가와 그 유족이 주도해 설립된 광복회는 지난 4월 15일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 전 모든 국회의원 후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97% 이상이 친일파의 국립묘지 앞에 친일행적비를 설치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는 자를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하는 친일찬양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

또한 이를 반영해 최근 국회에서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와 서훈이 취소된 사람을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하도록 하는 국립묘지설치 및 운영법 개정안,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배제하는 개정안 등을 발의한 상황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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