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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저장소]빨대로 불어 만들었던 ‘칼라풍선’…본드처럼 강력했던 중독성
90년대 초딩들의 필수 아이템
유해물질 검출돼도 10년간 인기
최근 무독성 과일향으로 재출시
최근 무독성으로 출시돼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칼라풍선. 주로 문방구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누구는 ‘칼라풍선’, 누구는 ‘본드풍선’이라고 불렀다. 이 찐득한 풍선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1990년대부터 초·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학교 부근이나 주택가 문방구에서 100원만 주면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치약모양 튜브에 든 본드를 빨대에 묻혀 바람을 불면 얼굴 만한 커다란 풍선이 만들어졌다. 본드를 연상케 하는 지독한 화학물질 냄새가 코끝을 찔렀지만, 풍선을 갖고 놀다 보면 금세 적응이 됐다. 몸에 좋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건강에 참 무심했던 시절이었다.

칼라풍선은 일찍이 본드의 중독성을 알아챈 업자들이 만들어낸 어린이용 환각물질이었는지도 모른다. 1980년대 본드 환각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거론됐다. 10대들 사이에서 호기심으로 본드를 흡입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청소년들이 비닐봉지에 본드를 발라 단체로 흡입하면서 경찰에 구속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유튜버 ‘캐리TV’가 최근 출시된 무독성 칼라풍선을 사용해보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캐리TV’ 갈무리]

어린이용 칼라풍선은 기존 본드보다 작게 만들어졌다. 패키지 디자인도 알록달록하게 꾸며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했다. 여기에 빨대와 풍선불기라는 ‘행위’까지 추가해 재미를 더했다. 가격이 싸고 구하기가 쉬워 초등학생들로서는 최고의 장난감이었다. 풍선을 손으로 뭉쳐 지우기 똥처럼 만들면 한참을 갖고 놀 수 있었다.

경찰은 지난 1993년부터 칼라풍선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조사 결과 칼라풍선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장시간 흡입 시 환각작용과 정서불안, 기억상실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시콜로핵산과 에틸알콜 등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칼라풍선은 이후에도 최소 5년 이상 큰 인기를 끌었다. 다만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면서 칼라풍선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다. 정부는 유해 화학물질이 함유된 제품을 제조할 때는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도록 했으며, 칼라풍선을 청소년 유해약물로 고시했다.

최근 들어 문방구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칼라풍선이 다시 판매되고 있다. 무독성이라는 문구를 강조한 마케팅으로 예나 지금이나 구매 욕구를 자극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칼라풍선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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