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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바로보기] 도요타자동차, 80년 만의 결단

지난 6월 말 도요타자동차는 미쓰비시UFJ은행 등과 함께 800억엔(약 9000억원) 규모 ‘우주개발 투자펀드’를 만들었다. 이 펀드는 미래 성장 분야인 로켓, 인공위성 등 우주개발에 참여하는 신흥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앞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유인 달 탐사 차량을 공동 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최대 기업 도요타자동차의 변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직기(織機)업체에서 출발해 1937년 자동차산업에 첫 진출한 이후 80여년 만에 ‘자동차 회사’에서 ‘모빌리티 회사’로 주력 사업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진두지휘는 올 7월로 취임 12년째를 맞은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한다.

그는 보유 중인 굴뚝산업 주식을 팔고, 미래 자동차 관련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일본제철, 절삭공구기업 OSG, 차량 전구회사 이시미쓰공업, 산업용 벨트제작업체 미쓰보시벨트 등 4개 협력업체 주식을 최근 1년 새 전량 매각했다. 대신 NTT 등 ‘CASE(커넥티비티, 자율주행, 차량공유, 전동화)’로 불리는 미래차 관련 주식을 매입했다. CASE 업체인 미국 MS, 중국 CATL, 일본 소프트뱅크, 파나소닉 등과의 전략적 제휴도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아키오 사장은 2년 전 ‘모빌리티 회사’의 장기 비전을 첫 공개했다. 자동차시장 침체와 산업구조 변화가 도요타그룹의 불가피한 변화를 재촉하는 배경이다. 지난해 도요타의 세계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0.2%, 영업이익은 1.0% 줄었다. 올해는 코로나 쇼크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자릿수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4차산업시대를 맞아 자동차산업의 업종 경계도 무너졌다. 미국 구글, 아마존, 애플과 중국 바이두, 알리바바 등 이업종 업체들이 잇따라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었다. 급기야 7월 1일에는 신생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시가총액(종가기준)이 2065억달러를 기록, 자동차업계 1위를 지켜온 도요타자동차(2020억달러)를 사상 처음으로 제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키오 사장은 2009년 6월 취임 이후 동일본대지진, 1000만대 대량 리콜 등 잇달은 악재를 딛고 도요타를 안정적으로 키워왔다. 그는 도요타그룹의 4세대 경영자로, 창업자 도요다 기이치로의 손자다. 그는 코로나 위기 속에 임직원들에게 “80여년 전 자동차산업에 신규 진출할 당시 ‘기존 사업에만 매달리는 회사는 오래 생존할 수 없다’는 조부의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자주 강조한다. 올 초엔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자율주행 전기자동차가 달리고, 로봇 등 첨단 기술이 모이는 스마트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일본인들의 도요타자동차 사랑은 대단하다. ‘도요타자동차=일본’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무척 많다. 제조업 강국 일본을 선두에서 이끌고, 1980~90년대에 ‘세계 최고 일본(Japan as NO.1)’의 명성을 쌓은 주역이 도요타자동차였다. ‘가이젠(改善)’으로 대표되는 도요타의 품질개선 방식은 일본업계에서 성공 공식으로 통한다. 80여년 만에 업태를 바꾸는 도요타그룹의 변신 소식에 자꾸 눈길이 간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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