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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성공적인 ‘회계개혁’을 위해서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의 ‘회계, 감사 분야 평가’ 순위가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이후 60위권에 머물다 15단계 상승한 46위를 기록했다는 대목이었다. 물론 IMD의 평가는 경영자들에게 감사회계업무가 적절히 실시되고 있는지를 설문한 결과로 이뤄져 한계가 있으나 회계의 중요성에 대한 한국 경영자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는 부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최대 핀테크기업인 독일 와이어카드사의 대형 회계분식 사건이 발생했다. 한때 도이체방크보다 시가총액이 앞섰던 기업의 회계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100유로가 넘던 와이어카드사의 주가는 3유로로 곤두박질쳤고, 결국 지난 6월 말 파산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회계 선진국인 독일에서 현금 19억유로(약 2조6000억원)가 분식됐다는 사실에 세계가 놀랐다. 독일에서는 회계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부터 외부 감사인의 책임 문제까지 그 파장이 매우 크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회계분식 사건 이후 유례없이 강력한 회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외부 감사법을 전부 개정해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상장사 주기적 지정제(6년 자유 수임 후 3년 감사인 지정)를 도입했다. 이외에도 감사인 등록제, 표준감사시간 등을 담고 있다. 그간 이론적으로 연구만 되던 제도들인데 실제 법으로 현실화되자 회계학자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와 함께 감사 대상 회사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감사 대상을 유한회사까지 확대했고, 회계법인 선임권한을 경영진에서 감사(또는 감사위원회)로 이관해 내부 통제의 실효성을 높였다. 또한 회계 관련 내부 통제 시스템인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 감사를 기존의 단순 검토에서 감사로 의무화해 회계 시스템에 대한 경영진의 적극적인 관심을 유도했다.

이러한 회계 개혁 조치에 대해 감사 대상 기업을 중심으로 업계의 현실이 고려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등으로 인한 감사 보수는 크게 상승했으나 회계법인의 감사 품질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정감사제도 도입으로 전기 감사인과 당기 감사인간의 갈등 문제 등도 불거진다.

반면 최근 회계법인의 조사에 따르면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을 받는 기업 중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대비를 마친 기업은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동안 감독 당국은 회사의 감사인 재지정 요청권 허용, 비상장 주식 공정가치 평가지침 마련, 전당기 감사인 갈등 완화 방안 마련 등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왔다. 최근엔 회계 개혁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는 범위에서 투자 등급 이상 신용등급을 받은 회사의 경우 감사인 직권 지정 시 재무 기준을 제외하거나 표준 감사시간 제정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부담을 완화하는 등 시장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책도 검토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세상의 모든 일은 각자가 주어진 자리에서 제역할을 수행할 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회계 개혁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회계 개혁이 시장에 안착하도록 지속적으로 시장과 소통하고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하고, 회계 개혁의 주체인 회사는 회계를 단순히 비용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동시에 회계법인은 회계 개혁의 단순 수혜자가 아님을 감사 품질을 높여 이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회계 개혁이 시장에 착근해 자본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고 나아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근본적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귀결되기를 기대한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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