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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집이냐 승진이냐…보여주기보다 제대로된 대책 집중하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이달 내 서울 강남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보유한 2채의 아파트 중 청주아파트를 매각했지만 강남 ‘똘똘한 한 채’ 소유에 대한 비난이 일자 결국 팔기로 한 것이다. 노 실장은 다주택자에서 졸지에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 가운데 재임 중 첫 무주택자 기록을 세울 것을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고위공직자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으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다주택자를 파악하고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했다. 정부는 2급 이상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선다. 강제는 아니라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을 경우 승진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주택 고위공직자는 앞으로 ‘집이냐, 승진이냐’ 갈림길에 놓이게 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빚어질 수 있게 됐다. 주무부처의 다주택 고위공직자는 직무배제하거나 스스로 직무 기피신청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집이 여러 채인 공직자나 정치인이 아무리 빨리 매각한다 해도 집값 문제가 해결되고 들끓는 민심이 가라앉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도 다주택 공직자에 대한 비난여론이 갈수록 커지자 매각을 종용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다주택자이기 때문에 팔아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 투기목적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한 채 넘게 집을 갖고 있어야 할 이유나 처분이 늦어지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다주택자가 죄인인 것이 아닌데도 지금 분위기는 중죄인 못지않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고위공직자가 되려면 업무능력이나 실적보다는 집이 몇 채인지가 더 중요해 질 것이다. 다주택 고위직은 문제고, 하위직 공직자는 괜찮다는 건지도 알 수 없다.

성난 민심을 피하고 보자는 식의 이벤트성 접근은 심리적 징벌은 될 수 있어도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안 된다. 집값이 급등하고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는 것은 시중에 풀린 돈의 힘과 근본적인 공급부족, 정책 실패 때문이다. 다주택 소유를 비난은 할 수 있지만 명백히 사유재산이고 처분 여부는 개인의 자유다. 처분하라 말라는 ‘반헌법적 발상’일 수도 있다. 다분히 감정적이고 마냥사냥식 포퓰리즘적 대응일 뿐이다. ‘내로남불’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은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늘릴 정교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문재인 정부가 곧 내놓을 22번째 부동산정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책 실패를 몇 가지 이벤트로 포장하고 모면하려고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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