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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노와 공포 유발하는 규제의 칼날로는 시장 못잡는다”
전문가들,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정치화’ 우려
‘다주택자는 악’ 이분법적인 접근이 근본 문제
“신도시 공급해도 교통악화로 효과 없어”

[헤럴드경제=김대우·배문숙·정경수 기자]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하고 다양한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시장과 국민 수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국민과 싸우려 하고,부동산 정책을 정치화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원리와 원칙을 무시한 대책들을 자꾸 내놓으면 오히려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2주택 이상 보유 고위 공직자에게 집을 팔라고 강요하는 것은 사회주의국가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위헌소지 가능성도 제기했다.

수십억원대를 호가하는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헤럴드DB]

이들은 정부의 일은 집값 제어가 아니라 기본적인 시장 시스템이 유지되고 잘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주택자만 문제의 본질은 아니며,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똘똘한 한채’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이 생기면 세금을 내도록 세재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정치권에서 경제 원리와 원칙을 무시한 대책들을 자꾸 내놓으면 오히려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 정책당국이 중심을 잡고 시장의 여건을 고려해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보유세 증가가 집값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에도 부담을 줄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 특히 소득흐름이 좋지 않은 저소득 주택 소유자에게는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임무송 금강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분노와 공포를 유발하는 규제의 칼날로 시장을 잡을 수 없다. 현 정부는 국민이 뭘 원하는지 보려하지 않고 국민과 싸우려고 한다. 이념적 경직성에 빠져 모든 문제를 정치프레임을 씌워서 보기 때문에 상황 변화 시 논리적 모순을 초래하는 단발성 정책이 자꾸 나온다. 공무원이 세종청사 이전으로 세종시에 집을 갖게 된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고위공무원과 국회의원이 집을 판다고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나. 정책 실패로 인한 분노의 화살을 다른데로 돌려 논점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다주택자는 악, 무주택자는 선’이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이 근본적인 문제다. 부동산 정책을 정치화시킨 것이다. 다주택자는 공급자이기도 한데 이들을 악으로 규정하고 규제 대상으로 여기는 접근이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공직자에게 집을 팔라고 강요하는 것도 선악 인식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주거복지에 치중해야 한다. 가격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도록 하는 기본적인 시장 시스템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집값 제어가 정부의 일이 아니다. 고민이 부족한 규제만 내놓은 탓에 자꾸 보완책을 내놓게 되는 셈이다. 공급 억제는 결국 장기적으로 역풍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정부가 시장과 국민 수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을 따라가며 국민들이 원하는 걸 내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다. 현재 집 공급이 충분하다고 착각하고 규제 일변도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규제는 오히려 가격 상승만 가져올 뿐이다. 22차례 대책이 전부 규제로 채워졌지만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신뢰를 잃게 됐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차별화하는 정책이 오히려 문제다. 1주택자의 경우 실거주, 주택가격 등을 충족하면 양도소득세 면제 대상이 되는데, 이게 문제다. 국민 누구든 똑같이 양도소득이 생기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다주택자만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부동산 세제를 다룰 때도 기본적인 원칙을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정부의 신도시 정책은 교통문제 해결이 빠져 있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분당 일산 평촌신도시 때는 교통인프라를 충분히 만들어줬지만 지금 신도시는 교통인프라가 없어 서울수요를 분산시키지 못하고 있다.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신도시 추가공급이 의미를 갖는다. 다주택자만 세금이 부과되니 서울 강남 아파트 시세가 수십억원을 호가하고 타지역 가격 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양도세 종부세 등도 이제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똘똘한 한채’에 대해서도 예컨대 20억원까지 공제해주고 나머지 차액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도록 세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 1채 보유한다고 파급효과 있을까 의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정부가 집 팔라고 하면 반대로 사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시장을 모르는 대책이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문제는 공급이다. 내년부턴 서울 내 주택 공급이 사실상 없다. 임기 초부터 공급을 막은 탓이다. 이 문제가 올해부터 곪아 터진 것이다. 물론 현 정부도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공급대책으로 임대주택 공급, 생활 SOC(사회기반시설)만 얘기한다. 재건축·재개발을 허용하고 그린벨트도 풀어야 한다.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도 진작에 폐지했어야 한다.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섰지만 자가 보유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대비해서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이 2배 가량 늘었다.

▶함영진직방 빅데이터랩장=임박한 추가 대책에는 지난해 발표한 12·16 대책관련 입법 후속절차가 담길 것 같다. 예를들어, 임대사업자 세제 강화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이 전월세 가격 불안정이다. 이 부작용을 위해 공공임대 확보, 규제완화도 보완해야할 것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몰리는 것이 문제다. 대채 투자처를 마련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공모리츠 등 소액간접투자를 들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딱 한가지 지적하고 싶다. 지도층의 다주택보유가 좋지는 않지만 공직에 있다고 1채만 보유하라는 말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맞지 않다. 공직자에게 집을 강제로 처분하라고 하는 것은 사회주의국가에서나 가능하지 자본주의 자유시장국가에서는 말이 안된다. 세금 등 다른 방법을 써야지,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충분하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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