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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기업 2만개 日도 상속요건 낮추는데…상속세 최대65% ‘폭탄’…한국만 홀로 역주행
OECD 회원국 중 22개국만 상속세 부과
‘장수기업 대국’ 일본은 적극적인 가업승계 지원 정책을 통해 가업기업 상속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578년 설립된 일본 최고(最古) 기업 곤고구미의 작업장 모습. [연합]

5년, 10년 주기의 경제위기가 패턴화되면서 글로벌 제조업 강국들이 잇달아 가업승계 장벽을 낮추고 있다. 손쉬운 가업승계를 통해 각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고 경제위기를 돌파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가업승계가 어려워질수록 기업의욕은 저하되고 경쟁력은 하락하는 인과성에 주목한 것이다.

각국은 기업승계 지원을 위한 세제 지원, 면제 규정 확대, 고용유지 등 사후조건 완화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이라고 보는 단편적 인식에 근거해 제도개선을 방치하는 데서 나아가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는 한국의 현실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100년 이상 기업이 2만곳이 넘는 ‘장수기업 대국’ 일본은 이같은 기업승계 지원에 적극적인 정책을 펴는 대표적인 나라. 일본은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하는 중소기업들이 급증하자 지난 2018년 ‘신사업승계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가업승계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통한 국가세수 확대보다 폐업에 따른 경제 전반의 피해가 더 크다는 사회적 합의가 동력으로 작용했다.

일본 정부는 기업을 물려받으며 주식 이전에 따른 세금 유예·감면 혜택 대상을 상속·증여 주식(비상장)의 3분의 2로 제한했던 것을 전체 주식으로 그 대상을 늘렸다. 또 사업승계 지원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면 세금 자체를 면제해주는 조항도 확대했다. 손자 세대까지 상속이 이어지면 유예된 세금 자체를 면제받도록 하는 조항도 파격적인 가업기업 상속 지원 정책의 하나다.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 승계를 꺼리는 상황을 고려해 승계 후 경영 악화로 파산할 때도 유예받은 세금을 면제해주기까지 한다.

이와 함께 현재 1명만 지정할 수 있던 상속자도 최대 3명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기업인들의 불만이 높았던 상속·증여 후 5년간 고용 80% 유지 등 사후 조건도 폐지하거나 완화해 탄력적으로 적용,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줬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파괴된 산업 경쟁력의 복원과 강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기업승계’에 주목했다. 이미 199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가업상속공제’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독일의 기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에게 별다른 가업상속 요건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지분율 요건으로 피상속 및 조합원의 총지분율을 25%이상으로 규정하고, 가업상속공제의 공제금액은 가업상속재산의 85% 또는 100%이며 한도는 없다.

사후관리기간은 85% 공제의 경우 5년, 100% 공제 땐 7년이 적용된다. 그 기간동안 기업, 기업재산, 지분 및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하지만 적용 요건은 엄격하지 않은 편이다. 사후관리 요건 중 고용유지요건은 85%, 공제는 5년간 총급여 400%, 100%공제는 7년간 총급여 700%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같은 독일의 가업상속공제제도 실적은 연 평균 1만7000건이 넘는다. 공제금액도 연평균 434억유로(58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활성화 돼 있다.

기업상속에 적극적인 글로벌 각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가업승계 장벽은 높기만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이다.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는 국가가 11개국이며, 호주와 캐나다는 상속세가 아닌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기업 운영을 통한 이익에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상속제도가 경영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속세를 없앤 국가들 중 7곳은 2000년대 들어 상속세를 폐지했다. 스웨덴은 조세회피 유인 감소에 따른 투자활성화와 가족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2004년 상속세를 폐지한 바 있다.

OECD 회원국 평균 상속세율은 26.6%이고, 장수기업이 많은 주요국가의 상속세율은 독일 30%, 미국 40%, 프랑스 45%, 일본 55% 등이다.

한국은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에 달하지만 기업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가 보유지분이 법인 발행주식 총수(또는 출자 총액) 50%이상 초과 보유 시 보유 주식가액의 30%(중소기업 15%), 50%이하 보유 시 보유 주식 가액의 20%(중소기업 10%)를 가산하는 등 최대 65%의 상속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상속세율이 가장 높은 실정이다. 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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