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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한국 집값이 일본을 따라간다는 오래된 신화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곧 폭락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다”는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의 전언은 사실 그리 놀랄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한 것이나, 연초 집값이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한 것은, 집값이 곧 떨어진다는 인식을 하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말이다. 21번의 부동산 대책을 통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결국 ‘집값이 곧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니 현금 많은 실수요자가 아니면 집을 사지 못하도록 하는 대책을 이렇게 줄기차게 내놓고 있는 게 아닐까?

‘대한민국 집값이 일본을 따라간다’는 건 사실 집값 하락론자들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논리다. 높은 가계부채, 줄어드는 인구, 고령화로 집값이 폭락한 일본처럼 우리도 똑같은 길을 걸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것을 조 교수는 “대통령이 참모로부터 과거 잘못된 신화를 학습하셨구나”라고 썼다.

한국이 일본 주택 시장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건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무수히 증명됐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가 이를 쉽게 설명한다. 홍 대표에 따르면 1980년대 일본 부동산 거품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조차 불가능한 상상 이상의 수준이었다.

예컨대 1990년 초 일본 부동산 시장이 고점에 달했을 때 도쿄 도심에 있는 반경 5㎞ 내외 ‘고쿄’ 지역 땅값은 42만㎢ 크기 미국 캘리포니아 땅을 모두 사고도 남을 정도로 비쌌다. 전 세계 IT산업의 심장인 실리콘밸리가 있고, 미국인의 10%가 거주하는 바로 그 땅이다. 당시 일본의 국내총생산량(GDP) 대비 토지가격 비율은 5배를 넘었다.

카트리나 크놀 독일 자유베를린대 교수(경제학) 등이 발표한 ‘글로벌 주택가격 조사’를 보면 당시 일본이 얼마나 독특했는지 알 수 있다. 1913년부터 100여년 동안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세계 12개국 실질 주택가격은 약 4배 상승했다. 그런데 일본은 1913년부터 1990년까지 약 31배나 올랐다. 그리고 이후 25년간 약 50% 하락했다. 다른 나라들은 꾸준히 올랐는데 일본만 ‘나홀로’ 폭등했다가 절반으로 고꾸라졌다.

전 세계적 기준으로 봐도 ‘특이한’ 일본을 정말 우리나라가 따라갈까?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GDP 대비 2배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3배를 넘는 프랑스 등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오히려 낮다.

집값 수준도 그렇다.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무수한 대책을 쏟아낸 최근 상황만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실질집값(Real House Prices) 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2015년을 100으로 놓고 2020년 1분기까지 한국은 104.1로 4.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OECD 32개 국가 중 끝에서 5위다.

복지국가인 네덜란드(135.45)나 스웨덴(118.95), 노르웨이(118), 덴마크(117.21) 등도, 삶의 질이 좋다는 캐나다(133.22), 독일(131.28), 영국(118.21), 프랑스(112.5)도, 세계 최강대국 미국(128.48)도, 이웃나라 중국(142.2), 일본(109.19)도 우리보다 상승폭이 크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갈까. 한국 집값이 정말 원상복귀할 수준으로 떨어질까. 그런 전망을 근거로 내놓는 부동산 대책이 바람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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