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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끊임없는 ‘경비원 갑질’…“처우개선 시급하지만 ‘을질’도 없어져야”
일부 주민 “촌지 준 주민에게 잘하는 경비원 있다”
“전세산다는 것 알고 나서 인사 안 받는 경비원도”
전문가들 “입주민 차별 금지 등 교육·규정 필요해”
“코로나19 탓에 민감한 시기, 갑을 서로 배려해야”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서울시 경비노동자 종합지원대책’ 기자설명회에 참석한 정의헌 전국아파트 경비노동자 공동사업단 대표 뒤로 조정진 작가의 ‘임계장 이야기’ 일부가 전시돼 있다.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준말로 저자가 경비원 노동자로 일하며 겪은 고달픈 삶의 경험을 담았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폭행 등 입주민의 반복된 갑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사건 이후에도 경비원들을 향한 갑질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경비원에 대한 처우와 의식 개선이 시급하다면서도, 일부 경비원의 ‘을질’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민감한 시기, 갑을 모두 서로 배려하는 생활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에도 아파트 등 공동주택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 노원구에서는 한 아파트 동대표가 경비원에게 자신과 자녀의 개인 이삿짐을 옮기거나 결혼 축의금을 내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송파구의 한 고급 레지던스에서는 경비원이 입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체온을 재고 마스크 착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내가 왜 당신 같은 사람들한테 알림을 왜 받아야 돼, 내가 왜? 너 나 가르쳐?”라며 막말을 퍼붓는 사례도 있었다.

시민들은 일명 ‘고·다·자(경비노동자는 고르고, 다루고, 자르기 쉽다는 뜻으로 불린다는 뜻. 박원순 서울시장도 언급)’로 불리한 갑을 관계에 있는 경비원에 대한 처우와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일부 경비원의 ‘을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근본적으로는 갑질이 문제지만, ‘을질’ 개선 역시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정모(39)씨는 “옆집 사람한테는 웃는 인상부터 다르고, 주차로 애를 먹고 있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나한테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도와주더라”며 “왜인가 했더니 촌지를 받았더라. 솔직히 바라는 경비원들도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회사원 김모(42)씨는 “전세 사는데, 이를 알게 된 경비원이 이후 제대로 인사조차 받지 않는다”며 “(자택으로)오래 살 사람한테 잘 하는 게 당연하다고 넘어가기엔 민감한 문제”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민감한 시기 아파트 구성원 서로가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들은 물론 경비원들에게도 입주민에 대한 차별 금지 등 관련 규정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잘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또 세입자 중 촌지까지는 아니어도 음식을 챙겨주는 등 베푸는 사람이 있어 경비원 입장에서 ‘상대평가’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문제로 차별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곽 교수는 “예를 들어 ‘주민의 권력이나 부 등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다’, ‘사적인 금전적 호의는 거절한다’ 등 경비원들에게 관련 규정이 명확해야 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교육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평소에도 사소한 갈등은 작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늘 있기 마련이다. 현재는 코로나19로 민감한 시기여서 감정 다툼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며 “개인을 둘러싼 갑을 관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만큼 서로 배려하는 생활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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