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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경 ㈜뮤직카우 공동대표 “저작권 공유로 아티스트·팬 ‘윈윈’…건강한 음악생태계 만들것”
창작자 곡 공개하고 거래, IT·금융과 융합 서비스 플랫폼…“창작자도 투자자도 K팝에도 좋은 선순환 모델”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음악 저작권을 공유한다는 말을 들어봤는가?

음악저작권은 창작자들, 예컨대 작곡가나 작사가, 편곡자들만이 가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일반인들도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저작권 일부를 낙찰 받아 공유할 수 있다.

정현경 대표는 (주)뮤직카우(Music + CashCow의 합성어, 뮤지코인에서 개명)라는 회사를 만들어 지난 2017년 7월부터 음악 저작권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낙찰 받는 과정에서 상승된 금액의 50%는 창작 아티스트에게 전달되고, 나머지 50%는 K팝의 생태계 지원 등에 쓰인다.

뮤직카우는 사명이 ‘음악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준다’(Music Becomes Cashcow)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반인 누구나 저작권료를 구매하고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창작자를 연결하는 최초의 음악 저작권 공유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매주 새로운 곡들을 소개하며 옥션이라는 방법을 통해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저작권료 지분을 낙찰 받게 된다. 창작자가 자신의 곡 저작권 일부를 공개하면, 투자자들이 옥션의 경매 형식을 통해 자유롭게 저작권을 거래하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른바 ‘누이(음악 창작자) 좋고, 매부(투자자) 좋은’ 윈윈 시스템이다. 이 새로운 사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음악산업계에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높은 관심을 받은 모모랜드의 ‘짠쿵쾅’이 옥션 시작가 대비 최고가 최대 상승률 6400%를 기록했으며,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가 4900%, 장나라의 ‘너만생각나’가 2400%를 기록했다. 워너원의 ‘Beautiful’은 옥션 시작가 2만5천원(총3,000주)에서 최고가 60만원으로 옥션 마감되며 최대 상승률 2300%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옥션 평균 상승률은 뉴이스트의 ‘잠꼬대’가 286%, 모모랜드 ‘뿜뿜’ 139%, 샤이니 ‘별빛바램’ 87% 등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IT와 금융, K팝을 결합시켜라=이런 새로운 음악 생태계를 구축한 정현경 대표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정 대표는 여성 포털업, e 러닝 사업 등에 뛰어들어 좋은 실적을 올렸지만 경쟁 또한 치열해져 레드오션화됐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4차산업 초입인 5년전 신사업을 구상했다. 시장은 존재하는데 아직 상품이 없는 사업이 뭔지부터 파악했다. 당시 IT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아 마이너스 성장이 예견됐다. 그래서 IT와 금융, K팝을 융합해보면 되겠다는 고민 끝에 발견한 사업이 저작권 공유 플랫폼인 뮤직카우다.”

정 대표는 돈을 다루는 사업이라, 상용화 하기 전에 결함을 발견하기 위해 베타 테스트(beta test)를 1년 넘게 하며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불만사항을 하나씩 체크했다.

“2018년 베타서비스임에도 대부분 완판됐다. 블로그에 혁신적인 비지니스라는 글들이 올라왔고, 서비스에 대해 감사하다는 반응이 많아 2018년 7월부터 본격 서비스에 돌입했다. 3가지를 결합한 세계 최초의 비지니스가 시작된 것이다.”

정 대표는 당시 대학생 3개팀이 재능기부를 하겠다며 찾아왔다고 했다. 이 사업이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벤처 캐피털(venture capital)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저작권 공유 사업모델에 대한 확신이 굳어졌다.

“IT 금융, 지적재산 금융을 생활에서 구현된 예가 없다. 국내 스타트업이 외국 것을 가져오거나. 오프라인에서 한 것은 온라인으로 가져온 오투오(O2O) 모델이 많다면, 우리 것은 독창적이다. 기업이 아닌 상품에 팬클럽이 생긴 최초 사례다.”

음악 저작권 공유 사업의 혁신성과 매력은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사업이 구축된 건 아니다. 인식의 장벽을 넘어서야 했다.

▶음악 창작자와 투자자 모두가 윈윈하는 건강한 시스템을 만들자=“2018년부터 적극적으로 사업을 했다. K팝 저작권만 파는 게 아니라, K팝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게 급선무였다.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아티스트였다. K팝 상생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트에게 이 사업이 생소하고 오해를 하면 자기 저작권을 남에게 넘기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어 1년간 소비자보다 아티스트분들 입장을 고려하며 생태계 혁신에 대한 진정성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하광훈, 박근태, 이단옆차기, 신사동호랭이, 쿠시 등 작곡 작사가들이 공감해 새로운 문화를 함께 선도해주고있다.”

정 대표가 이 사업을 구상하게 된 더욱 직접적인 계기가 있다. 작사가로서의 경험이다.

“사업을 하느라 남들이 20대에 하는 걸 못해봤다. 못 놀아봤다. 오히려 경험치가 적다.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많은 걸 걸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 외에 경험을 쌓기 위해 도전해본 것 중 하나가 작사가였다. 그런데 작사 경험치가 새로운 비지니스가 됐다.”

정 대표는 모두 7곡의 작사를 해봤다. 저작권료를 받아보면서 새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여기에 뭔가 융합하면 될 것 같았다. 익숙한 개념들을 섞으면 낯설지 않으면서 새로운 시장이 나온다. 하지만 많은 아이템들을 알아야 융합할 수 있다.

“저작권료를 받다보니 패턴이 있더라. 3개월, 6개월, 1년 지나면서 계속 많이 떨어졌는데, 2년이 지나니 안떨어지더라. 내 곡만 패턴이 있지는 않겠지? 300곡을 살펴봤는데, 역시 패턴이 존재했다.”

정 대표는 패턴을 바탕으로 3개월, 6개월후에 어떻게 될지를 예상해봤다. 패턴 존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금융 분야 전문가인 김지수 대표에게 부탁해 저작권 예측시스템을 만들었다. 무려 1000곡을 검토하면서 저작권 상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 대표는 현재 김지수 대표와 뮤직카우 공동대표로 있다.

▶연예인들도 저작권 공유 문화를 응원한다=저작권 공유 문화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 결과 이제는 많은 연예인들이 저작권 공유를 응원하고 있다. 김재환, 네이처, 아이즈원, 태진아가 ‘뮤직카우의 저작권 공유 문화를 응원합니다’라는 동영상을 보내왔다.

“가수들은 팬들 덕분이라고 한다. 항상 무엇으로 보답할지를 생각한다. ‘나의 특별한 곡을 나누기로 했다’를 새로운 팬 사랑 방식으로 제시한다. 아티스트가 음악을 더 사랑하는 방식이자, 소중한 것을 팬들과 함께 나누는 문화. 진짜 공통체이자 공동주인인 ‘팬덤 4.0’ 문화다.”

연예인이 사기업에 ‘뮤직카우와 함께 저작권 공유 문화를 응원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보낸다고 수입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좋은 K팝 생태계를 만드는데 자신들도 참여한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가수가 팬들을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된다는 취지에 공감하기에 기꺼이 영상을 찍어 보내준다고 한다.

정 대표는 뮤직카우 플랫폼을 통한 ‘음악 생태계의 선순환’을 구상하고 있다. 저작권은 옥션을 통해 경매 형식으로 거래되므로 가격이 올라간다. 올라간 가격의 50%는 창작자에게 배분되고, 팬들은 창작자에게 도움을 주면서 높은 금융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창작자에게 더 많은 배분이 이뤄진다면 결과적으로 더 좋은 음악 창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게 정 대표가 생각하는 음악 생태계의 선순환이다.

▶팬들이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새로운 방식= “팬심으로만 아니고, 아티스트를 새롭게 사랑하는 방식이다. 저작권을 사면 아티스트도 후원하면서, 연 9.1%의 수익이 발생한다. 유저끼리 판매하기도 하고, 옥션이 마감되면 유저마켓에서 거래하면 된다. 조정석이 불러 새로 히트한 ‘아로하’같이 역주행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으면 이윤이 훨씬 더 높다. 3만원에서 살 수 있는데, 6만원에 사기도 한다. 창작자를 후원하기 위함이다. 대체적으로 여성들이 비싼 값에 사고 남자들은 싼 가격에 산다. 대체투자와 팬으로서의 후원이 합쳐진 개념이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저작권 거래량은 517 곡 정도 된다. 10만명 정도 되는 회원(유저)들의 충성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작년 매출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어 “TV 뉴스가 끝날 때,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나오는데, 우리도 언젠가는 뉴스가 나갈때 저적권 공유 시세 지수가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했다.

“많은 업체들이 저작권 공유 사업을 시도했다. 미국에서도 우리를 벤치마킹했는데, 지금은 우리에게 회사를 인수해주길 바라고 있다.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이다. 확실한 노하우가 없다면 성공하기 힘들다.”

정 대표는 앞으로 저작권뿐 아니라 저작인접권도 공유하는 거래 등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실연자(實演者)와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의 권리에도 공유 문화를 조성하겠단다.

“코로나19 시대, 공연과 음원 사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온라인 공연 수익 모델을 만든 몇몇 대형 기획사를 제외하면 공연 수익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실연자와 음반제작사업자들이 저작인접권 공유 제도를 활용하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정부의 지원도 좋지만, 공연 관계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지원은 어렵다. 뮤직카우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정현경 대표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는 “언더그라운드 음악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음악, 대중적으로 성공하지 않은 곡들도 우리 플랫폼에서 공유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함께 음악을 확대 재생산 하고 싶다”고 밝혔다.

과거 자신의 가수를 열광하며 숭배하던 팬들은 적극적으로 간섭하면서 응원하는 팬덤으로 변했다. 이제 행동하는 소비자로서 스스로 권리와 의미를 만들어가며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도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나의 우상, 내가 좋아하는 음악의 저작권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해당 음악의 저작권료 지분을 갖게 되는 것은 K팝의 새로운 문화에 참여한다는 의미다. 뮤직카우 정현경 공동대표가 하는 일이 한층 크게 보였다.

서병기 선임기자

사진=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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