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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34년 만에 마침표
경찰, 14명 살해·9건 성범죄 최종 확인
“李 사이코패스 성향…아픔 공감 못해
무리한 수사로 피해본 모든 분께 사죄”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피해자 및 유가족 등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

경찰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재수사한 결과 경기 화성 일대에서 14명을 살해하고 9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진범 이춘재(57)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많은 희생자가 나온 데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이로써 ‘이춘재 사건’은 1차 사건 발생 34년 만에 수사 종결됐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사건 종합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당시 이춘재를 수사 대상자로 선정했음에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조기에 검거하지 못했다”며 “이로써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된 것은 경찰의 큰 잘못이다. 깊이 반성하고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수사 결과 경찰은 이춘재의 심리 특성을 살핀 뒤 그를 ‘사이코패스’라고 평가했다. 배 청장은 “이춘재는 수사 초기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곧 범행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자신의 건강과 교도소 생활만을 걱정하는 등 이중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의 범행과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과시하고 언론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춘재 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당시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사무소 반경 3㎞ 내 4개 읍·면에서 10∼70대 여성 10명이 잇따라 살해당한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이다.

30여년간 베일에 가려졌던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당시 사건 현장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처제 살해 혐의로 부산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수사 결과 이춘재는 해당 기간 화성 일대에서 14명을 살해하고 9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춘재 사건 수사본부(본부장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는 14건의 살인사건과 9건의 강간 사건에 대해, 이춘재가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가학적 형태의 연쇄 범행을 한 것임을 확인하고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8차 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 참여 경찰관, 검사 등 8명을 직권남용, 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원활한 재심 절차 진행을 위해 지난 2월 우선 송치햇다. 초등생 김모양 살해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 참여 경찰관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 송치할 예정이다.

이번 재수사를 통해 이춘재 사건은 사상 최악의 장기 미제라는 오명을 벗게 됐지만, 관련된 모든 사건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누구도 법의 심판대에는 오르지 못하게 됐다.

윤호·수원=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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