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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연주하는 것이 행복”

  • 기사입력 2020-06-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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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요즘 크고 화려한 콘서트홀을 떠나 SNS에서, 병원의 로비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하며 소통하고 있다. 7월 1일, 11일엔 대가들이 주로 선보이는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를 선보인다.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잠옷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사실 연습이라는 것은 아름다운 작업이 아니에요. 연습은 미완성의 상태인데, 완벽하게 갖춰진 상태에서 정식 연주만 보던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했어요.” 하루만큼의 고단함이 쌓인 누군가의 어느 날, 습관처럼 들여다보던 SNS에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간간이 등장했다. 겨우 일분 짜리 연습 영상인데 “하루의 피로를 날렸다”, “짧은 순간 힐링이 됐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 사람도 매일 일을 하듯이 머리를 쥐어짜며 연습하고 있구나, 그렇게 동질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음질도 화질도 좋지 않은 영상 하나가 단 일분이라도 미소를 띨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행복하더라고요.”

2015년 스무 살의 나이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올랐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5)은 그날 이후 전 세계 클래식계가 주목하는 강력한 이름이 됐다. 오 년은 숨 가쁘게 지나갔다. 20대 중반에 접어들며 임지영의 음악도 크고 작은 변화를 겼었다. 서울 동작구의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최근 3~4년 동안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며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어도 내 음악을 좋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연주회에 오시는 분들은 저를 좋아하거나 저의 음악을 듣고 싶어 너무나 감사하게도 표를 사서 오시는 분들이잖아요. 저를 모르는 곳에 가서 연주를 하면 어떤 느낌을 가질까 궁금했어요.” 익히 알려진 바이올리니스트가 난데없이 한 병원의 봉사 연주를 신청했다. 그게 3년 전이었다. “성모병원이었어요. 교향악단이나 연주자를 섭외하려고 해도 기회가 안 닿아 아쉬웠는데 자발적으로 신청을 해 굉장히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임지영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장소였다. “길에서 해도 괜찮았는데 로비 음악회처럼 자리를 만들어주셨어요.” 암센터와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 작은 연주회는 ‘사랑의 인사’, ‘유머레스크’를 비롯해 영화음악, 스팅 등의 곡으로 채웠다. “너무나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연주를 잘하고 못하고, 어떤 곡을 하는 것과 상관없이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제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음악에 메시지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저 역시 그분들이 음악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게 제가 연주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했어요.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연주하면서 음악을 알리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봉사이자 기부이자 행복이더라고요.”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직장인이 일을 하듯 연습을 하고, 수험생이 공부하듯 악보를 보는 임지영은 새로운 장소에서 특별한 도전을 한다. 7월 1일과 11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에서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 “이런 프로젝트는 대가, 거장 선생님들이 연주 인생의 마무리 챕터에 하시는 거고, 많은 음악가가 꺼리는 것이기도 해요.” 악보의 분량부터 만만치 않다. 수많은 음표와 복잡하게 얽힌 화음으로 고도의 테크닉이 바탕이 돼야 바흐의 소나타와 파르티타 세 곡을 연주할 수 있다. 벨기에 작곡가 외젠 이자이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에 영감을 받아 여섯 개의 소나타를 썼다. 복잡하고 난해한 화성을 표현하기가 어려운 곡이다. “이번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의 단계를 거치고 싶었어요. 나중에 나이가 들어 이 프로젝트를 연장할 수 있는 첫 스타트를 조금 일찍 끊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20대의 바흐와 30대, 40대의 바흐는 분명 다를 테니까요.” 그런 만큼 새벽 3~4시까지 하루에 10시간씩 연습에 매진하며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중이다.

“콩쿠르에서 바흐의 무반주 곡을 연주할 때는 곡을 음미하기 보다 기술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뒀어요. 악보 표지만 봐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꺼렸던 레퍼토리 중 하나였죠. 그런데 지금은 경외심이 들어요. 누구나 다 연주할 수 있는 듣기 좋고 화려한 바흐와 이자이가 아니라, 비밀 암호처럼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화성의 움직임이 그 안에 있더라고요. 신경을 곤두세워 연구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메시지를 발견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연주를 앞둔 최근까지도 바흐와 이자이는 그에게 “노다지 같은 음악”이라고 한다. “왜 노장이 돼서 바흐의 전곡 연구를 고집하고, 꿈의 무대라고 생각하는지, 막연히 바흐가 어렵고 복잡해서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아요. 평생 공부해도 작곡가가 의도한 것의 반을 이해하면 많이 한 걸까 생각하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연주 활동이 멈추며 이번 프로젝트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지만, 연주자로선 “당장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생활”이라고 한다.

“연주를 하는 사람으로 어떤 무대가 됐든 음악을 들려준 자세가 돼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혼돈의 시간에서도 손을 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단 몇 명의 관객이더라도, 아니면 관객이 없어도 어떤 방법으로라도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은 누구나 들을 수 있고, 좋으면 좋은 대로 감명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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