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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우연은 없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에서 생각지 못한 철학적 깊이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내게는 2008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팬더’가 그렇다. 주인공 포가 비법의 의미를 깨닫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최고수가 되는 궁극의 비법이 적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펼친 문서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보는 이의 얼굴만 비칠 뿐이었다. 실망하고 집으로 돌아간 그에게 국수장인인 아버지가 말한다.

“국물 맛의 특별한 비법 같은 건 없어.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면, 특별하다고 믿으면 되거든!” 그 순간 그는 최고수가 되는 비법은 자신을 믿는 데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고 침체된 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 해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변이 가능성이 언급되며 백신이 나와도 바이러스를 완전히 종식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불확실성이 증대된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코로나19 종식 전까지 경영과 방역을 조화시키기 위한 ‘특별한 비법’을 찾고 있다. 전염 확산에 대응해 업무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비대면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영화 쿵푸팬더에서 대사부 우그웨이는 게으른 몸치 판다 포를 용의 전사로 발탁하며 “세상에 우연은 없다”고 말한다. 몸치인 그가 전사로 뽑히고, 맞춤형 특훈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발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평범한 삶 속에서도 전사를 꿈꾸었기에 대사부의 눈에 띌 수 있었고, 먹는 것을 즐기는 천성이 있었기에 이를 활용해 특훈을 할 수 있었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 포스트 코로나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한다. 그러나 누구나 터닝 포인트를 알아보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동서발전에서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다.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회사 노트북으로 가상 사설망(VPN)에 접속하는 것만 빼면 일과는 동일하다.

반면 사무실 소음이 사라지고 자신에게 맞는 공간에서 편안한 차림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몰입이 잘 되니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르고 밀도 높게 일할 수도 있다.

이렇게 코로나19로 인해 자구책으로 시작된 비대면 근무를 창의적인 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공감토론을 온라인 생중계하고, 비대면 장보기로 소상공인 판로를 지원하는 등 대국민 비대면 서비스도 늘려가고 있다.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비대면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곳에 모이는 것은 시작이고, 같이 머무는 것은 진전이고, 같이 일하는 것은 성공이다.”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의 창립자이자 자동차왕인 헨리 포드가 한 말이다. 1913년 포드는 근로자 앞에 컨베이어 벨트를 배치하고 분업화를 통해 최종 제품을 완성하는 대량 생산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 코로나19로 인해 근로시간의 유연화와 근로장소의 다양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포드가 코로나19를 겪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집에서 일하는 것은 시작이고, 화상회의로 온라인에 같이 머무는 것은 진전이고, 다양한 장소에서 같이 일하는 것은 성공이다”라고 말이다.

앞으로도 또 어떤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며 도전장을 내밀지 알 수 없다. 믿을 수 있는 건 기본을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더불어 전례 없는 변화에 맞서는 기업의 속도감 있는 적응력이다. 이를 특별하게 믿는 사회,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 준비된 사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기회와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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