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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다시보기] 다츠노 몽벨 회장의 ‘겁쟁이 경영’

골프, 캠핑 등 스포츠용품에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본업체들이 꽤 있다. 그중에서도 ‘몽벨’은 산악인들 사이에 인기 높은 브랜드다. 회사 명칭은 프랑스어 ‘산(Mont)’과 ‘아름다움(Bell)’의 합성어로 ‘아름다운 산’을 뜻한다. 몽벨을 유럽 메이커인 줄 아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요즘 아웃도어업계의 성공 신화로 꼽히는 다츠노 이사무 몽벨 회장의 ‘겁쟁이 경영’이 일본에서 화제다. 코로나 사태로 일본 소비시장도 위축됐지만, 아웃도어 제품들은 타격을 덜 입고 있다. 스트레스 해소와 일상 탈출을 위해 야외활동을 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덕분이다. 몽벨은 1975년 창업 이후 버블(거품)경제 붕괴와 장기 침체 등 불황 파고를 넘어왔다. 이 회사는 업계 트렌드를 추종하지 않고, 고품질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지난해 매출은 840억엔(약 9500억원)에 달해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몽벨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1947년생 창업자 다츠노 회장이 고집스럽게 ‘일본식 경영’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소년시절 하인리히 하러의 아이거 북벽 등정기 ‘하얀 거미’를 읽고 감명을 받아 등산에 빠졌다. 1969년에 아이거 북벽 등정에 성공한 두 번째 일본인이 됐다. 세계 최연소 기록이다. 28세가 되던 1975년 생일날, 몽벨을 창업, 기업가로 변신했다. 그의 사업 목표는 “사람들의 삶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유지하고, 쾌적한 활동을 보장해주는 아웃도어 명품을 만드는 것”이다.

다츠노 회장은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겁많은 산악인은 경영에 적합하다”며 자신의 경영 철학을 설명했다. “산에서는 한순간의 방심과 결단이 생사를 가른다. 등산 경험을 바탕으로 항상 최악을 상정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리스크 관리 경영을 한다”고 소개했다. 이른바 ‘겁쟁이 경영’이다.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는 최소로 억제하고, 이익은 최대로 축적한다. 그는 “눈앞의 매출에 사로잡히지 않고, 저축을 늘려 비즈니스 수명을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 위기가 1,2년 이어져도 우리 회사는 헤쳐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런 겁쟁이 경영의 결과, 몽벨의 자기자본비율은 80%를 넘는다. 재무 안전성 측면에서 도요타자동차(38%), 캐논(56%)을 훨씬 앞선다. 내부 유보를 많이 하고, 신규 사업에 소극적인 ‘일본식 경영’에 대한 일부 투자자의 비판이 있지만, 코로나 쇼크가 덮친 지금은 풍부한 자본이 큰 강점이다.

몽벨처럼 불황기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소 제조기업들이 세계 3위 규모의 일본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일본식 경영의 뿌리인 ‘모노즈쿠리’의 힘이다. 흔히 ‘장인 정신’으로 번역되는 모노즈쿠리는 경영자나 근로자들이 일을 하는 목적을 단지 돈벌이나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품 제조과정에서 완성도를 높여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는 삶의 철학이다.

코로나 쇼크로 국제 무역 감소와 내수시장 축소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외형 성장’과 ‘확대’보다 ‘기업의 영속’과 ‘품질’을 중시하는 일본식 경영이 코로나 불황기에 효력을 발휘할 듯하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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