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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주객전도된 재포장 금지 규제, 정책의 반면교사 삼아야

환경부가 다음 달로 예정됐던 ‘재포장 금지 제도’의 시행시기를 내년 1월로 미루며 세부내용을 보완키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애당초 재포장 금지 제도는 지난 2018년 초 중국의 폐기물 금수조치로 플라스틱·비닐 대란을 겪으면서 불필요한 폐기물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2018년 5월의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이다. 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제품 생산부터 유통, 소비, 수거, 재활용에 이르는 전 단계에 정부가 개입해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는 내용을 담았다. 그 이후 달라진 것도 많다. 대형마트나 점포의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고 커피전문점 매장 내 다회용컵 사용이 의무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이젠 생수패트병도 모두 재활용에 최적인 투명한 색으로 바뀌었다. 기업들이나 소비자나 불편함을 감수했다. 친환경을 위한 정책을 이해하고 수긍한 것이다.

하지만 유독 재포장 금지제도만은 연구용역 등 2년에 가까운 준비에도 불구하고 미비점투성이로 시행시기를 연기하게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객이 전도됐기 때문이다. 재활용 폐기물을 줄이자는데만 방점을 두다보니 허술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고 소비자와 기업 모두 불편함의 감수 정도가 아니라 손해를 입게 될 가능성까지 생기다 보니 반발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제품 판촉을 위한 1+1, 묶음상품 등 불필요한 비닐 재포장을 퇴출한다”고 하니 판매자는 할인 판촉이 까다로워지고, 소비자는 제품을 저렴하게 살 기회가 줄어든다는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환경부는 “끼워 팔기 판촉을 하면서 불필요하게 다시 포장하지 말라는 것이지 가격 할인을 규제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허점은 그뿐이 아니었다. 포장에 포장을 한 과자종합선물세트나 5개들이 라면포장 등 이미 재포장 자체로 상품이 된 사례는 허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게다가 바코드가 찍혀 있으면 재포장이 아닌 것으로 본다니 어떤 것이든 재포장해서 바코드만 찍으면 규제를 다 빠져나간다.

생활폐기물 중 포장 폐기물 비율은 30%를 훌쩍 넘는다. 제조와 유통 과정에서 플라스틱 포장재가 남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를 줄이는 건 선택이 아니라 당위다.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은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도 있다.

주어진 6개월 동안 업체와 소비자 모두 피해없이 폐기물 사용도 줄이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해법만 잘 찾으면 시행연기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보다 백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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