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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킹 힘들자…사설 에이전트 횡포
퍼블릭 홈피엔 비선호 시간대만
에이전트 앱에서는 비싸게 거래
골프장과 나눠먹는 ‘편법’ 횡행
그린피 무료이용권 현금화 적발도
부킹 에이전트가 올린 골프장 그린피 가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골프장들이 연일 최고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골프장 부킹 사설 에이전트들의 횡포가 상식을 벗어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골퍼들의 평판이 높지 않은 충청권의 모 퍼블릭 골프장은 며칠 전 홈페이지에 주중 그린피를 12만원 대에 올려두었으나 대부분 비선호 시간대였다. 반면 골프장 부킹 에이전트들이 사용하는 밴드, 앱에는 그보다 훨씬 높은 20만원 대의 그린피가 꽤 많이 나와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로 못나가는 골퍼들이 몰리며 골프장 영업이 초호황이다보니 부킹 자체가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골프장과 에이전트들의 뒷거래 행태도 확산하고 있다. 모 퍼블릭 골프장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시간대와 그린피를 올리지만 남아있는 티타임은 새벽이나 야간 라운드에 불과했고, 오전의 좋은 시간대는 그보다 비싼 금액으로 부킹 앱에 올라 있었다.

골프장과 계약된 에이전트들은 스마트폰 플레이스토어(안드로이드), 앱스토어(아이폰)에 긴급 양도 등의 이름으로 올려 부킹을 찾는 골퍼를 잡아챈다. 회원이 많은 에이전트일수록 부킹 소진은 빠르다. 어떤 골프장은 골퍼가 앱을 통해 높은 금액의 부킹을 선결제하면 그걸 에이전트와 나눠갖기도 한다. 결제는 에이전트가 하고 골프장은 정식 그린피보다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조세 시스템을 허물 수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같은 부킹 에이전트들은 회원제 골프장들이 경영난에 처하고 퍼블릭 전환을 모색하던 5년 전부터 활발하게 생겨났다. 밴드나 동호회, 블로그로 시작한 부킹 에이전트들은 회원제 골프장의 주중 빈 시간을 받는데서 시작해 점차 인기를 끌고 회원이 늘면서 앱을 통한 사업화를 모색했다.

초창기 한 에이전트는 여주의 이름난 회원제 골프장을 티타임을 회원 그린피보다 더 저렴하게 내놓기도 했다. 그러자 이 에이전트의 파격 사례가 입소문 나면서 그에게 골퍼들이 몰리기도 했다. 점조직으로 활동하는 에이전트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이같은 파격이 한 몫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회원제 골프장이 불법 에이전트의 행위를 조장했기 때문이다. 골프장으로서는 주중 빈 시간을 놔두느니 저렴한 가격으로라도 부킹을 채워야 했다. 한 골프장 직원은 “골프 티타임은 시간 지나면 설탕물이 되는 아이스크림같아 싸게라도 채워야 남는 장사”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최근 몇 년 새 카카오골프, 엑스골프 등 큰 업체들이 부킹업을 전면에 내걸고 사업을 하면서 몇몇 에이전트가 편법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갖춰졌다. 수많은 골퍼가 부킹앱을 이용하는 사이에 불법과 편익에 기우는 이들의 잘못된 관행이 생겨난다.

22일 제주도에서 부킹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골프동호회 B밴드 운영자인 A씨가 제주도에서 경찰에 입건됐다. 2017년 11월에 개설한 이 밴드는 2년 반만에 1만7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면서 급성장하자 거래하는 골프장에서 받은 일명 ‘콤프(COMP)’라는 그린피 무료 이용권을 현금화하는 방법으로 억대의 부당 이득을 챙기기도 했다. 무등록으로 여행업을 한 행태가 문제였으나 부킹을 매개로 한 에이전트와 골프장의 유착 관계가 뿌리깊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남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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