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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연진의 현장에서] 규제 만능주의…결국 서민만 잡는다

“수십억원 아파트에는 관심이 없으니 그냥 아무 대책도 하지 말고 경기도에서 마음 편히 살게 해 달라”

정부가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 예고한 직후, 국토교통부 여론광장에 올라온 글이다. 17일 대책을 발표한 후에는 규제 지역 지정에서 비껴 간 부산 지역 시민이 또 글을 올렸다. 그는 “부산은 2019년 11월 말 갑자기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후, 해운대 수영구 동래구 모두 7개월 만에 3억~6억원 올랐다. 처음부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지 말던가…밤에 잠이 안온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정부는 출범 이후 50여일에 한번 꼴로 부동산 대책을 부지런히 내놓았다. 집 값을 잡아 서민 경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부자증세 원칙도 충분히 따랐다. 고가주택을 가진 부자들에게 여러 차례 세금을 늘렸다. 그런데 정작 잠을 못 자고 살기 어렵다며 호소하는 이들은 무주택 서민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간 쏟아져 나온 부동산 대책을 살펴보면 ▷규제지역을 지정하고 ▷대출을 어렵게 하고 ▷세금을 늘리는 내용의 세 가지 원칙을 일관되게 담고 있다.

문제는 규제에 흔들리는 이는 자산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자산가는 세금이 늘면 이를 내고, 대출 없이 현금으로 집을 살 수 있다.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이들은 “정부가 초고가 아파트를 규제하자 수억원의 증여세를 기꺼이 내며 가족에게 물려준다”며 “더이상 과거처럼 세금을 편법으로 덜 낼 수 있을거라 기대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집사기가 어려워지는 건 돈을 쌓아 놓은 ‘갭투자’ 자산가가 아니라 대출을 받아 사야 하는 서민이다.

특히 6·17 주택시장 관리 방안은 규제 지역을 서울 및 경기도 전역, 충청권 일부까지 확대하고, 3억원 이하의 중저가 주택을 사더라도 자금 출처를 밝히도록 했다.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대출도 이전보다 어렵다.

자산가까지 아니더라도 대기업 정규직이야,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면 신용 대출을 받으면 된다. 반면 계약직이나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대개 금융기관의 신용도 평가에서 이들보다 불리하다. 때문에 가진자와 그렇지 못한자,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사이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규제가 먹히지 않음에도 계속 덩치를 키우며 반복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21번이나 번번이 주택 시장 안팎에 쌓은 규제의 벽이 넘치는 유동성에 무너지지 않았나. 이제 그간의 진단이 틀렸나 다시 살펴보는 게 인지상정이다.

얼마 전 빌딩 중개업에 종사하는 취재원은 “최근 주택시장 규제로 50억원 대의 꼬마빌딩을 없어서 못판다”고 말했다. 월급쟁이는 1억원 모으기가 힘든 세상이지만, 50억원 짜리를 매수하려는 사람은 꽤 많다고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자산가가 빌딩을 못 사게 규제를 켜켜이 쌓는 게 아니다. 그 돈이 다른 투자처로 흘러들어가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옳다. 22번째 부동산 대책은 없었으면 좋겠다. 대신 첫번째 경제 종합 대책을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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