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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뉴딜의 그림자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최악의 경제지표에도 ‘장밋빛’ 낙관론을 펴는 재정당국과 폭주하는 집권 여당을 보면 칼날 위의 서 있는 것처럼 불안하다. 기업이 체감하는 두려움은 더 크다. ‘한국판 뉴딜’에다 쏟아지는 규제 때문이다.

대공황 시대 뉴딜(New Deal)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뉴딜은 1930년대 미국 루스벨트(F. Roosevelt) 행정부의 재정지출과 일자리를 늘리는 정부의 시장 개입 정책이었다. 대공황으로 실의에 빠진 미국 국민을 하나로 결집하는 데는 쓸모가 있었다.

하지만 뉴딜 당시 기업들은 많은 불확실성 때문에 애를 먹어야 했다. 그래서 뉴딜의 경제적 성과에 대해서는 10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견이 엇갈린다. 뉴딜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노동과 자본시장에 많은 규제를 만들었다. 하이에크(F. Hayek) 같은 경제학자는 뉴딜을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뉴딜 정책이 끝난 이후에도 대공황은 한동안 지속됐다. 미국 경제를 살린 것은 뉴딜이 아니라 2차 대전이었다는 말들도 나왔다.

뉴딜에서 최우선은 분배와 복지였다. 노동자의 권익은 보호됐지만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로 기업들의 조세 부담은 늘어났다. 투자는 위축됐다. 인상된 임금과 줄어든 노동시간으로 기업들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실업은 줄어들지 않았다.

뉴딜을 밀어붙였던 루스벨트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민주당은 거대 여당이었다. 덕분에 뉴딜의 기초가 되는 법안들은 의회에서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은행의 통제를 확대하고 공정 경쟁을 명분으로 지나친 경쟁을 규제하는 법안들이 제정됐다. 노동조합의 특권과 면제를 규정하는 법안들도 만들어졌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은 공공 프로젝트와는 차원이 다른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이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대공황 시대와 많이 흡사하다. 규제와 정치권의 지형이 그렇다. 정부는 대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제한하는 상법개정안과 대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노조 권한을 강화한 노동조합법 개정 의사도 분명히 했다.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들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대미문 위기 속에서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발벗고 뛰고 있다.

우리 정부도 유턴 기업을 지원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투자를 늘리기 위해 유인책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을 꼼짝 못하게 규제하는 법안들 앞에서 과연 선뜻 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영환경에서 정부에 규제 완화를 거듭 건의해 온 재계는 충격에 휩싸여 있다. 경영권이 흔들리고 노조에 무장해제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루스벨트가 사망 후 기업들 사이에서는 ‘악몽’에서 깨어난 것 같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회자됐다. 작금의 코로나19 위기는 대공황 때보다 훨씬 깊고 심각하다. 1세기 전 기업인들이 느꼈던 악몽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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