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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노멀 여행] 서울의 숲길 명소 4선, 역사·먹방 품은 동산
서대문 안산 메타세쿼이아길 사통발달
일제가 끊어도 활력 넘치는 성미산컬처
산마루 북카페 있는 3.4km의 개운산
발아래 천촌만락이 배봉산 등 모두 ‘호젓’
근처엔 영천, 경동시장 청년몰 등 즐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근거리·안전·숲 속·청정·생태·트레킹’이 여행 뉴노멀로 자리 잡았는데, 서울 시내에도 숲 나들이 명소가 참 많다는 것은 아는 사람만 안다. 늘 가던 곳 말고 색다른 곳을 선택할 만한 데도 적지 않다.

특히 여러 왕조를 거치며 2000년간 한국의 중심도시 혹은 도읍지였던 서울의 숲길에는 역사 유적이 많고, 모범적인 문화관광 거버넌스 속에 아기자기한 볼거리·체험거리가 많아 심신의 건강성을 더한다.

최근 들어 등산객 중 20~30대가 부쩍 늘어, 숲 속 걷기는 코로나 시대 아웃도어활동의 국민 아이콘이 됐다. 그래도 혼잡한 곳은 피하고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

서울관광재단(대표이사 이재성)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초심자도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서울 속 동산을 소개했다.

▶서대문구 잣나무·메타세쿼이아 ‘안산 숲길’=안산은 서대문구에 있는 높이 296m의 산으로, 조선 시대에는 ‘무악산’으로 불렸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 건국 후 한양을 새 수도로 삼고, 어디에 궁궐을 지을지 후보지를 검토했다. 당시 의견을 제시했던 신하 중 하륜은 무악산을 주산으로 삼아 지금의 연세대 자리에 남향으로 궁궐을 짓자고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정도전의 의견에 따라 북악산 아래 궁궐 터를 잡아 경복궁을 지었다.

만약 하륜의 주장에 따라 안산 자락에 조선의 궁궐이 만들어졌다면 지금의 서울지도도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안산 자락길’은 산허리를 한 바퀴 돌면서 걷는 길로, 코스 길이는 총 8㎞. 계단을 없애고 데크와 흙길로 평탄하게 길을 내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산책로를 만들었다.

국민 걷기여행길 ‘코리아둘레길’ 산파 중 한 명인 양병이 사단법인 ‘한국의길과 문화’ 이사장이 서울대 석좌교수 재임 중 안산 둘레길을 걷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서대문구청 방면, 홍제 방면, 무악재역 방면, 연세대 방면, 봉원사 방면,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방면 등 안산 자락 어디서든 진입로가 나 있어 접근성도 좋다.

자락길의 가장 멋진 구간은 서대문구청 방면에 위치한 잣나무와 메타세쿼이아가 펼쳐지는 숲 구간이다. 중간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만남의광장’에서는 방역수칙을 지키고 대화를 줄이는 것이 에티켓이다. 늘 자연 그늘이 진다.

서대문역사박물관을 기준으로 ‘무악정’을 거쳐 봉수대가 있는 안산 정상으로 가는 행로가 일반적이다. 봉수대에 오르면 동쪽으로는 인왕산의 등줄기가 보이고, 남쪽으론 서울스카이·남산타워·도심·63빌딩·한강다리 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아래엔 서대문 독립공원이 평면도 보듯 나타난다.

해가 지면 거리를 밝히는 조명과 차량, 건물에서 내뿜는 다양한 빛이 어우러져 눈부신 야경을 선사한다. 밤에도 꺼지지 않는 활기찬 대도시인 서울이 아늑하게 다가온다. 안산은 자락길을 통해 편안하게 걸으며 즐길 수 있는 푸른 숲부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까지 산과 강이 어우러진 대도시 서울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이다.

남쪽 능선으로 이동해 금화터널 위쪽 정자에서 쉬다 내려가면 바로 ‘영천시장’을 만날 수 있다. 영천시장은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맛집이 많을 만큼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하다. ‘생활의 달인’에 나왔던 꽈배기, ‘백종원의 3대천왕’에 나왔던 떡볶이,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왔던 냉면까지 다채로운 음식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마포구 홍대에서 멀지 않은 해발 66m ‘성미산(성산)’

‘성미산’은 66m의 낮은 동산으로, 산이 성처럼 둘러싸여 ‘성산’이라고 불렸다. 성미는 성메(성 있는 언덕)가 인구에 회자하면서 왜곡된 발음이지만 명사의 사회성을 얻어버렸다. 원래는 성산1동과 성산2동까지 연결된 산이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홍제천 공사를 하면서 산이 잘려 지금의 성산이 됐고, 잘린 성산2동의 산은 새터산이 됐다.

아픈 역사는 극일과 호국의 자양분으로 삼으면 되고, 우리는 호젓한 숲을 만끽한다. 딱히 목표를 정하지 않고 길이 난 곳을 따라 발길이 닿는 대로 걸으면 된다. 정상이라 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는 내부순환로와 성산동 일대의 풍경이 나타나고 그 뒤로 멀리 북한산의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산 자체는 높지 않아 시원한 조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산의 역동적인 산등성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꽤 멋진 풍경으로 다가온다.

성산(성메산→성미산).

성산은 천천히 둘러봐도 30분이면 충분한 곳이라 먼 곳에서 등산을 위해 찾아갈 만한 곳은 아니다. 다만, 성미산 자락 아래에 있는 ‘성미산 마을’이라는 특별한 동네를 함께 둘러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994년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공동 육아를 위해 머리를 맞대면서 만든 ‘성미산 마을공동체’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교육·주거·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공동생활을 하는 마을로 발전했다. 행정구역은 마포구 성산동·망원동·서교동이지만, 이 일대에 사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성미산 마을’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마을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 ‘성미산학교’부터 유기농 반찬가게,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카페, 다양한 인문학 활동을 진행하는 마을극장이 있다. 특히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동네 책방 ‘개똥이네 책 놀이터’는 친숙한 느낌의 공간 덕에 마을 아이들이 놀러 와 책을 읽곤 한다.

‘성미산 마을 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공동체 가게 등을 이용해 허기진 배를 달래는 것을 추천해본다. 엄마의 마음으로 자연의 밥상을 담는 도시락집인 ‘오색오미’ 공동체 가게가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현재는 휴점 중이다. 성산동에는 서울의 이색 김밥으로 유명한 ‘연우김밥’ 가게가 있어 대표 메뉴인 명태김밥과 유부김밥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도 있다.

성산이 30분이면 다 둘러볼 수 있는 곳이라 아쉬움이 남는다면, 근처의 ‘와우산’까지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와우산은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이라 해 ‘와우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소 등에 있는 길마는 무악에다 벗어놓고, 굴레는 북아현동 남쪽 네거리에 벗은 다음, 여물통은 하수동 앞에 두고 서강을 향해 내려가다가 누워서 뿔은 서강초등학교 자리, 머리 부분은 서강시민아파트, 엉덩이는 와우시민아파트 자리에 있었던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성산과 비슷하게 주로 마을 주민들이 근린공원으로 산책을 하는 작은 산으로, 광흥창역 방향으로 내려오면 공민왕을 모신 사당을 만날 수 있다.

▶성북구 딱 좋은 3.4km의 ‘개운산 숲길’

이성계의 영도력을 키우려고 무학대사가 ‘영도(永導)사’를 창건했고, 정조 때에 사찰을 북쪽으로 옮기면서 ‘개운사’로 이름을 바꿨다. 그에 따라 ‘개운산’이라 불렸다고 전해진다. 산의 이름을 사찰을 따르는 게 대다수인데, 이는 그 반대다.

개운산은 광복 이전에 울창한 산림으로 마을사람들의 휴식처이자 땔감 채취처로 많이 이용됐으나 6·25 한국전쟁 당시에 포격전에 의해 많은 나무가 불타 민둥산이 됐던 아픔을 지니고 있다. 1960년대부터 식목사업으로 개운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 지금은 50~60년 된 나무들이 산을 메우고 있다. 그런데 막상 산에 오르면 불과 50년 전에 민둥산이었던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리 잡고 있다.

개운산

개운산에는 총 3.4㎞의 코스로 ‘명상의 길→연인의 길→산마루 길→사색의 길→건강의 길’이 이어지며 산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숲 사이로 자연스러운 형태로 난 길을 따라 크게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산책로 곳곳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나 걷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우거진 숲 아래에서 야생화들이 영롱하게 피어 있다.

정상이라 할 곳이 따로 없어 시원한 풍경을 조망할 수 없다는 점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하지만 정상격인 ‘마로니에 마당’이나 운동장을 오르면 아파트 뒤로 길게 늘어선 북한산과 도봉산의 능선을 볼 수 있다.

개운산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산마루 북카페’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 카페 형태가 아니고 산림욕을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야외공간이다. 책장에는 다양한 책이 놓여 있어 빈손으로 왔더라도 누구나 꺼내 볼 수 있다. 산림욕을 즐기며 독서할 수 있게 의자와 평상이 있어 편안히 쉬어가기 좋다.

경동시장에 있는 광성상가 4번 게이트 3층에 청년몰인 ‘서울 훼미리’가 있다. 70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켜오며 각종 농수산물을 팔아오던 경동시장의 새로운 활력을 담은 공간이 생긴 것이다. 청년몰에는 젊은 세대의 감각이 입혀진 식당과 디저트, 가게와 공방 등이 입점해 있어 시장의 볼거리를 더해준다. 개운산도 식후경할지, 경동 먹방을 등산후할지 맘대로 한다.

▶동대문구 남산 일대를 한눈에, ‘배봉산’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배봉산은 둘레길을 따라 숲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총 코스는 4.5km로, 소나무·팥배나무·아까시나무 군락 등을 만나게 된다. 배봉산 둘레길은 배봉산숲속도서관에서 데크를 따라 출발해 서울시립대→삼육서울병원→휘경여고 뒤로 놓인 순환길을 걸어 다시 출발지인 배봉산숲속도서관으로 돌아오게 된다.

둘레길은 무장애 숲길로 조성돼 휠체어를 타고 왔거나 유모차를 끌고 온 시민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데크로 길을 만들었다. 데크를 따라 숲을 천천히 돌아도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해가 진 후에도 산책할 수 있게 LED 가로등을 설치해 산뜻한 밤공기를 마시며 걸을 수도 있다. 둘레길을 벗어나 등산로로 들어서면 산 중턱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도 있다. 잠시 신발을 벗고 흙 위를 걷다 보면 발끝으로 생생하게 자연을 느끼게 된다. 황토는 체내의 노폐물을 분해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잠시 일상의 근심·걱정을 잊고 자연 속에서 맨발로 걸어보는 것도 힐링의 시간이 될 것이다.

배봉산.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있는 ‘해맞이 광장’에 오른다. 배봉산은 110m밖에 되지 않은 낮은 산이지만 사방으로 서울의 풍경이 펼쳐진다. 동남쪽으로는 용마산과 아차산, 남한산이 이어지며 남서쪽으로는 인왕산과 남산 일대가 펼쳐진다. 다시 ‘히어리 광장’에 오면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인 히어리를 볼 수 있다. 나무의 키는 2~3m이며 5월께 노란 종 모양의 꽃이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배봉산 초입에는 ‘배봉산 숲속도서관’이 있다. 짙은 회색빛의 벽돌이 외벽을 감싸고 있어 숲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실내는 아늑하게 꾸며져 있으며 유리창으로 이뤄진 벽면은 배봉산의 나무 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내부에 카페도 있어 간단하게 커피와 함께 간식을 즐기며 허기를 달래기도 좋다. 다만 최근 수도권에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휴관 중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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