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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바다의 검은 반도체’ 김

2019년 7월,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lemonde)’ 취재팀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우리나라 청정바다에서 생산되는 해조류의 우수성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그해 9월 ‘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요리하는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특집 분석기사가 게재됐으며, 한국의 해조류를 ‘인류의 20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김은 우리 민족이 먹어온 수산물 중 가장 먼저 양식을 시작한 품목으로, 38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김은 전남 광양군 태인도의 토산품이었고, 1640년경 김여익이 양식법을 개발했다고 기록돼 있다.

또한 김은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기였던 1960~70년대에 미역, 다시마 등과 함께 수산 분야의 ‘흑색혁명’을 주도한 품목 중 하나였다. 수산 통계가 시작된 1965년 김 양식생산량은 9838t(15억원)이었으나 최근에는 생산량이 57만1115t(58배), 생산금액은 5740억원(383배)으로 증가해 예나 지금이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김은 K-푸드의 대표주자로 지난 2010년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후 2019년에는 5억8000만달러라는 괄목한 성장을 보이며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품목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김은 우리나라 식품산업에서 ‘바다의 검은 반도체’라 불릴 만큼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먹거리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김에도 흑역사가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수출길이 막히자 그 많던 김 양식장이 굴 양식장으로 대체됐으며, 서양에서도 독특한 검은 색깔과 종이 같은 모양 때문에 ‘검은 종이’ ‘바다의 잡초’로 불리며 터부시됐으나 식품학적 재평가를 통해 지금은 저칼로리 웰빙식품으로 110여개국으로 수출되는 세계인의 기호식품이 됐다.

우리나라 김 산업은 ▷유리사상체(종자) ▷패각사상체 ▷마른김 ▷조미김 등 배양에서 생산·가공까지 철저하게 분업화돼 있다. 특히 시장 규모가 7억원에 불과한 종자 배양업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김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역피라미드의 형태로 맨 아래에 위치해 있다. 즉, 종자 배양업이 무너지면 그다음 단계의 산업들이 줄줄이 무너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에 김 종자를 배양하는 업체의 휴업으로 2020년산 김 종자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됐으나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전체 종자 소요량의 36%를 신속하게 보급해 김 종자 생산 안정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렇다면 종자 배양업을 강화시키면 될 일이 아닌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우수한 김 종자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자본의 투자가 필요하다. 또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민간 종자업체에서 개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현재 2종 13품종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왔으며, 지금까지 전통적 선발육종법 외 최첨단 기술을 확립해 육종 역사가 65년에 달하는 일본의 육종기술에 종속돼 왔다가 2011년 김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든 육종기술을 확립해 일본을 추월했다. 이처럼 우량 종자 개발은 김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초석이며 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김 종자산업의 불안정한 민간 기반과 기후 변화에 따른 고수온 내성 품종 개발 등이다. 지난해 수과원은 영양염 부족으로 발생하는 김 황백화를 예방할 수 있는 영양물질 개발에 성공했으며, 김의 주요 질병인 붉은갯병의 균을 판독하는 시간을 기존 48시간에서 4시간 이내로 단축시키는 방법도 개발했다.

앞으로 국립수산과학원은 고품질·고생산성·광온성 등 다양한 특성을 보유한 우수한 한국형 김 종자를 개발해 양식 현장 보급은 물론 김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어업인 소득 증대, 더 나아가 한국 김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다.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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