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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6·15 20주년 ‘파랑새’는 없다

지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서명한 합의문엔 “안으로는 6·15를 비롯, 남과 북에 다같이 의의가 있는 날들을 계기로 당국과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해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2년여가 지난 15일 ‘6·15 선언’ 20주년엔 남북의 ‘민족공동행사’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 고조도 없었다. 오히려 남북관계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 전단 비난 담화’ 이후 무력 도발 경고까지 이어진 열흘여간 북한은 일관되게 대남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일련의 메시지를 통해 ‘4·27 판문점선언’의 골자인 핵없는 한반도 실현, 종전 선언, 남북연락공동사무소 개성 설치 등을 하나씩 무력화시켰다.

파국으로 치닫는 최근 상황에서 더 확실해진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문 대통령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북한과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 남북미 관계는 ‘상호성’이 아니라 ‘일방성’에 의해 언제든 파탄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특히 북한이 외교든, 무력이든 마음먹고 도발을 감행한다면,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대응 카드가 별로 없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9일과 13일(현지시간)에 똑같은 메시지를 반복했다. 최근의 북한 행보에 실망했다는 것과 협상으로 복귀하라는 촉구다. 11일에는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법을 취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무력 위협을 하는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셋째, ‘내치’의 위기 가운데 있는 미국은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 대해 관리 능력과 의지를 보여줄 생각이 크게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11월 미 대선을 앞둔 자국 정치세력 간 경쟁, 코로나19 대응, 최근의 인종차별반대 시위 격화 등이 대북 이슈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넷째, 남북미 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 ‘극적 타결’은 환상이라는 점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 등 지난 2년여간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지만, 상징적인 효과 이외의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루 다르게 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의 공세에 ‘대남 전단 엄중 단속’ 외에는 별 뾰족한 메시지를 내지 못했다. 과연 위기를 관리할 매뉴얼이 있었나 자문해볼 시점이다. 대북 전단에 대해 우리 정부가 미리 국민 설득과 단속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지금 북한이 보내고 있는 메시지의 의중이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남북미 관계에서 우리가 처한 ‘객관적 한계’와 스스로 가진 역량을 냉정하게 판단했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 냉엄한 현실인식보다는 섣부른 낙관이 북한의 잘못된 기대와 판단을 초래한 것은 아닌가.

지금이라도 정부는 ‘최악’을 대비하고 상황별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극적 타결’의 유혹을 버리고 ‘위기관리’의 태세를 갖춰야 한다.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자신에 대한 과신과, 상황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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