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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실수요자에 필요한 정책이 ‘대출’이라는데…대출규제 또?

“규제지역을 지정할 수도 있고 대출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고 세제에 미비점이 있으면 보완하거나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이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11일 제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정례브리핑에서 또다시 부동산시장 ‘규제’를 언급했다. 강남을 중심으로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소진된 데다 개발 호재, 금리인하 등이 더해지면서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자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시장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간 20여 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이 나온 탓에 몇 번 더 추가된다고 이상할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그런데 이번에 추가 규제로 ‘대출 규제’가 언급되면서 조바심을 드러내는 건 정부가 겨냥한 투기꾼이 아니라, 실수요자인 듯하다.

이미 아파트 중간값이 9억원을 넘어선 서울에서 서민·중산층이 실질적으로 접근 가능한 수준으로 여겨지는 아파트는 9억원 이하다. 여기에 대출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은 실수요층을 거의 패닉상태로 이끌고 있다.

중저가 단지가 몰린 노원구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규제가 나오기 전 빨리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의 전화를 연이어 받았다고 한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상에서도 매매를 앞두고 대출 한도가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지금도 사기 쉽지 않지만, 앞으로는 영영 못 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실수요층을 뒤흔들고 있다.

올 들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에서 9억원·15억원 초과 주택에 대출 규제를 더한 탓에 수요가 9억원 이하로 몰렸다. 연소득 7000만원 이하가 이용할 수 있는 보금자리론의 적용 대상인, 6억원 이하 서울 아파트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전체의 절반을 넘었지만, 지난달 말 30%대로 줄었다. 일차적으로 접근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대출 지원은 더 쪼그라들 수 있다고 하니 실수요자로서는 ‘연타’를 맞게 된 셈이다.

특히 국민이 가장 바라는 주거지원 정책이 ‘대출’이었다는 점에서도 역행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국토교통부가 이달 1일 발표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전국 6만1000여가구가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 정책으로 꼽은 건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31.2%)이었다. 자가가구(52.0%)와 전세가구(32.8%) 모두에서 정책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현금부자들은 대출 규제에 큰 타격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의 한 공인중개사는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가 최근 30억원에 거래돼 전고점인 31억원에 바짝 다가섰다”며 “고가인데도 현금이 턱턱 나오는 거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라는 질문은 되풀이된다. 기다려봐야 규제만 더해진다는 생각도 뚜렷해지고 있다.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민간투자사업 추진의 영향을 받는 송파구·강남구 일대의 부동산 실거래 조사만 해도 그렇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투자할 만한 사람들은 한강 건너 광진구 자양동까지 다 투자를 마쳤다”며 “진짜 인근에 집이 필요해서 움직여야 하는 실수요자만 애매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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