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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차 3법 시행 전 올리자” 벌써부터 전·월세 시장 출렁
정부의 임대차 3법 추진…집주인들, 정보 공유 등 대비 나서
“논의 중인 현 시점부터 전·월세 가격 상승 부추길 수도”
정부가 21대 국회에서 ‘임대차 3법’ 추진을 위한 입법 작업을 서두르면서, 벌써부터 전·월셋값이 상승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민상식·이민경 기자]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임대인 A 씨는 인근 한 아파트 단지 전용면적 85㎡의 올 가을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고민이 크다. 임차인이 몇 달 전부터 재계약을 원한다고 알려왔지만 전세금을 얼마나 더 올릴지 결정하지 못했다. 2018년 가을 계약 당시보다 전세 시세가 1억5000만원이 더 올랐고, 지금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등으로 최대한 전세금을 높이라는 주변의 얘기를 듣고 고민이 더 커졌다.

#경기 남부권 신도시 한 아파트 전용 59㎡ 집주인 B 씨는 최근 전세 3억5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지난달 동일 면적 계약보다 5000만원 정도 높은 수준이다. B 씨는 지금 저렴한 금액에 전세를 주면 나중에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번에 전셋가를 올렸다. 이번 정부에서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전세를 올려받지 않으면 나중에 매매가격에서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부가 21대 국회에서 ▷전월세 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 이른바 ‘임대차 3법’ 추진을 위한 입법 작업을 서두르면서, 벌써부터 전·월셋값이 상승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악화 우려로 주택을 사려던 수요자들이 전세로 방향을 선회한 상황에서 임대차 3법의 국회 통과까지 맞물리면 ‘전세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 여러 지역 공인중개소들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의 임대차 3법 통과가 전·월셋값에 끼칠 영향을 문의하는 집주인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이들은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를 통해 임대차 3법 관련 기사와 정보를 공유하면서 전월세 신고제 등 입법 대비에 나선 상황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정부에서 전월세 상한제 등이 시행될 것으로 보고 미리 전셋값을 올려야 하지 않냐고 묻는 집주인들이 일부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 논의 시점부터 전월세 상승 움직임

일각에서는 임대차 3법 논의 중인 현 시점부터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통상 법 통과 과정 중 안건 논의, 법안 부의, 법 통과 이렇게 3단계에서 이슈가 된다”며 “안건을 논의하는 지금 상태에서 전·월셋값이 술렁거리기 시작해,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 전·월세 상승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임대차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변경됐을 1990년 당시에도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면서 “저금리 상황에서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전세가 큰 폭으로 줄고 월세로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제도가 도입된 1990년 당시에도 1년 전인 1989년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29.6%를 기록하며 폭등한 바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박해묵 기자]
전월세 신고제, 세부담 임차인에게 전가 전망

그동안 정부가 임대소득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임대소득이 누락되는 경우가 상당했지만,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 모든 주택의 임대소득 과세가 가능해진다.

집주인은 자연스럽게 늘어난 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해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과세 금액이 크지 않아 전·월세 상승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 2000만원 이상 임대소득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고, 기존 비과세였던 연 2000만원 이하는 올해부터 과세 대상이다.

세무업계에 따르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100만원 정도의 월세를 받는 경우 연간 50만~80만원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매월 수십만원의 월세에 소득세가 붙게 되면 집주인이 그만큼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해 몇 만원 더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제도 시행 후 당장 영향을 끼치진 않고 시간을 두고 조금씩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혼란 커진 임대료 증액 기준, 앞으로 더 문제

현재 임대사업자에만 해당하는 임대료 인상률 5% 제한이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전체로 확대하면 시장의 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행 민간임대특별법에 따르면 주택임대사업자들은 세금 혜택을 받는 대신 임대료를 5% 이상 올려받을 수 없다.

특히 임대료 인상 기준 ‘5%’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향후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전 임대료보다 5% 이상 증액한 임대사업자를 적발해 과태료 등을 부과할 방침이다. 그러나 과거 민간임대특별법에 규정된 임대료 증액 상한이 ‘연 5%’였다가 작년 2월에야 법이 개정돼 ‘5%’로 바뀌었다.

연 5%라는 말은 ‘1년에 5%’로 해석될 수 있어, 임대차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지기에 2년간 10%를 올린다고 해도 틀린 게 아닐 수 있다는 의문이 커졌다.

정부는 내달부터 임대료 증액 기준을 위반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할 계획인데, 소액 위반도 예외없이 최소 50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도 논란이다.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하는 방식을 두고 시장과 정부의 기준이 달라 소액 위반 사례가 대거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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