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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의붓아들 의식잃은 날에도 계모는 담임에 “아이 건강” 문자
학교, 3월부터 24차례나 계모와 연락했지만 ‘아동학대 징후’ 발견 못해
학교 등 교육당국 “그간 담임교사와 전화한 계모, 상냥하고 친절해 충격”
어린이날 머리 찢어져 병원 방문…아동학대 신고됐지만 참사 막지 못해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가 지난 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법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여행가방 속에 7시간 감금돼 끝내 목숨을 잃은 9세 아동의 학교 측이 지난 3월부터 24차례나 아이를 숨지게 한 계모와 연락을 하면서도 조짐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모를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던 학교 측은 충격을 받은 상태다. 계모는 아이가 의식을 잃은 이달 1일 학교 측이 보낸 건강 체크 문자에 “건강은 양호”라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초등학교 3학년인 숨진 A군의 3학년 담임 교사는 지난 3월에 5차례, 4월 12차례, 5월 6차례, 아이가 가방 속에 갇혀 있던 이달 1일까지 총 24차례에 걸쳐 숨진 아동의 계모 B(43)씨와 문자메시지와 통화를 했지만 학대의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달 1일에 보낸 ‘학습자가진단과 아이의 건강 체크를 하라’는 문자에 B씨는 ‘아이의 건강이 양호하다’고 답했고, 학습자가진단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B씨와 담임 교사 간 연락은 대부분 문자메시지로 진행됐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학교 측이 교육청에 보내온 3월 이후 자료를 보면 학교에서는 아동학대를 인지하지 못했고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며 “B씨 역시 매우 친절하고 부드럽게 응대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충남교육청은 3학년 담임 교사가 지난 3월 초 A군을 처음 맡았을 때, 4월 교과서 문제 등으로 2~3차례 A군과 직접 통화했다고 설명했다.

충남교육청과 A군이 재학 중이었던 학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A군의 출석률은 100%였다. 이 학교는 올해 4월 20일 온라인 개학을 했다.

특히 A군이 의식 불명 상태가 된 이달 1일에도 출석 체크가 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온라인 개강 첫날인 지난 4월 20일 오전 9시까지 출석 확인이 안돼, 담임 교사가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출석이 지연된 적이 있을 뿐이었다. 학교 측은 지난 4월 20일 하루만 오전 9시까지 출석 시간을 정했고, 그 이후에는 출석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 플랫폼 자체가 학생의 출석 체크 시간을 자동적으로 기록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A군이 2학년이었던 지난해에도 특이사항이 없었다. A군의 학교 교감은 통화에서 “아이의 2학년 담임 교사가 교무수첩을 확인한 결과,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며 “아이가 활발하고 교우 관계도 좋았다고 기록돼 있다. B씨도 상냥하고 친절했다고 해당 교사가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의 2학년 담임 교사는 참고인 자격으로 (충남 천안서북)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이 같은 내용을 진술했다”고 전했다.

A군은 지난해 1월부터 친부(44), B씨, B씨의 친자녀 2명과 함께 살면서 이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 학교에 남아 있는 A군의 기록은 2학년 때와 올해 3~6월이 전부다.

학교뿐 아니라 경찰과 지역 내 아동학대 전문 기관도 A군의 참사를 막지 못했다. 특히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에는 병원을 찾은 A군에 대해 병원 측이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긴급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마가 찢어져 순천향대 천안병원 응급실을 찾은 A군을 면담한 의료진은 A군의 엉덩이와 손등에서 멍 자국을 발견했다. 병원은 A군의 내원 다음날 아동학대위원회를 열어 A군의 상처를 아동학대에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지난달 8일 관할 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이 사실을 통보했지만 A군을 가정과 분리해야 할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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