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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집값 잡다가...10년來 전국 부동산 최악 양극화
-서울 상위 20% 평균 아파트값, 전국 하위 20%의 16배 넘어
-고가 주택 잡자, 규제 비껴간 지역으로 돈 흘러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정부가 부동산 시장 규제를 고가 주택에 집중했지만 오히려 전국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전국의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간 격차가 10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지역과 전국 단위의 평균 아파트값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고가 아파트 가격을 되돌리겠다고 규제를 강화하는 동안, 가계 자산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은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7.4로 2010년 8월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해 5분위(상위20%) 평균 가격을 1분위(하위20%)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이 배율이 높을수록 고가주택과 저가 주택의 가격 차가 심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지난달 전국의 5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7억9886만원, 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1억860만원으로 집계됐다.

격차가 벌어진 것은 전국의 5분위 아파트 가격이 연초 7억5082만원에서 6.4%가 오른 반면, 1분위 아파트 가격은 제자리 걸음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 지역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시장을 규제하면서, 그 아래 구간의 아파트 값 오름세로 오히려 전국 단위 양극화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서울지역에선 15억원 이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 5분위 평균 아파트가격이 3월(18억1304만원) 이후 최근 두달 연속 내림세를 보이며, 5분위 배율이 연초 4.8에서 지난달 4.5로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정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서울 지역에선 규제를 비껴간 4분위 이하에서 모두 가격 오름세를 보이며, 2분위(하위40%) 구간의 평균 아파트값이 처음으로 6억3773만원으로 연초(5억8984만원) 대비 8.1%나 상승했다. 서울에서 6억원은 중저가 아파트에 속하는 셈이다.

고가주택으로 돈이 흐르는 것을 막자, 이 돈이 엉뚱한 곳으로 모이며 또다른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는 더 있다. 지난달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역별 5분위 배율이 가장 높은 곳은, 비규제지역이자 지방 부동산 시장의 핵심지인 대전이다.

대전지역은 해당 통계가 작성된 2013년 이래 처음으로 5분위 배율이 5를 넘어섰다. 대전지역 고가주택에 투자처를 잃은 유동성이 몰리면서 이 지역 역시 저가 주택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전은 이미 전국구 투자처나 다름없다”면서 “둔산동 크로바 아파트가 전국에 부각되면서, 유성구 송강동에도 외지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피해를 입는 것은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자산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데다가, 지역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면서 “경제가 성장할수록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가 분산 정책을 위한 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밝혔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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