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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부' 이무생 "갈 때까지 가보니 오히려 이야기할 거리가 많아졌다"
제공=스토리제이컴퍼니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신경정신과 의사 김윤기로 분했던 배우 이무생(40)은 4회 마지막 장면부터 투입되고도 방영 내내 존재감을 발휘했다.

연기도 잘 했지만, 캐릭터가 특이하기도 했다. 선한 인물인지 악한 인물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이혼한 지선우(김희애) 주변을 계속 맴돌며 지선우를 돕더니 지선우와 적대관계인 여회장(이경영)과도 접촉해 한때 의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원작에 없는 역할이라 원작을 안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게 김윤기로 살아가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김윤기가 중간에 악인인지 선인인지 애매하다. 대본에 쓰인대로 연기했다. 대본은 얼개가 잘 짜여 있다. 인간의 관계에서 오는 서로 의심할만한 상황이 주는 서스펜스. 그것이 대본이 가진 힘이었다.”

그래도 김윤기의 마음 상태는 뭔가 있을 것 아닌가. 아무 이유 없이 지선우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기는 어렵다. 직업적으로만 봐도 그건 ‘오버’다.

“사실 김윤기는 지선우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뒀다. 2년간 기다렸다. 지고지순함이 있다.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지켜주고 싶었다. 지선우가 고통받는 순간에 손을 내밀면 저 분에게 더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쉽게 접근을 못하고 저 분이 온화해지길 바라고 나중에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가리라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지켜보기 버거운 상황이 오면서 정신과 의사로서 해서는 안되는 선의의 거짓말까지 하게 된다. 결국 삼자대면 하면서 김윤기도 부담을 덜게된다. 결말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열린 결말이 좋았다.”

이무생은 캐릭터에 대한 연구가 잘 돼 있는 배우였다. 분석과 해석력이 아주 좋았다.

“정신과 의사에 대해 지인을 통해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전이나 역전이라는 용어는 정신과 의사들이 상담할 때 쓰는 용어인데 지선우에게 적용하니 들어맞는 게 있었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이무생은 “‘부부의 세계’는 불륜드라마지만, 내 캐릭터는 불륜에 개입을 안하고 정리하는 캐릭터다”면서 “부담보다는 다른 인물이 모진 풍파를 겪는 걸 다 지켜보고 있고, 고산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엮이지 않아 비교적 객관적이라는 점 등 캐릭터의 특징을 잘 보여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무생은 ‘부부의 세계’가 갈 때까지 가보는 게 오히려 더 좋았다고 한다. “지선우의 남편인 이태오(박해준)가 아내에게 ‘남다르게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말한다. 지선우는 남편과 남편의 불륜 상대자 여다경(한소희), 다경 부모와 함께 하는 식사자리에서 ‘당신 딸이 내 남편과 바람을 폈어’라고 말한다. 이렇게 과감하게 해버리면 이야기할 거리가 오히려 많아진다. 또 다른 걸 얘기할 수 있다. 시청자분들도 이걸 흥미롭게 봐주신 것 같다.”

이무생은 이런 점에서 제작진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모완일 감독은 디테일에서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분이다. 현장에서 전체를 아우를 수 있어 디테일이 나온다. 연출 자리는 전체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주현 작가는 끝없이 달리는 각 캐릭터간의 무게감을 잃지 않게 한다. 기둥을 매회 하나씩 박는 느낌이다. 추진력과 완성도를 다 가지신 것 같다.”

제공=JTBC 스튜디오

이어 김희애와의 연기 경험도 밝혔다. 그는 “김희애 선배는 예전부터 팬이었는데, 이번에는 상대역이라 설렜다. 현장에서 이미 지선우로 앉아 있어, 제가 윤기로 몰입하게 도와주셨다. 배우에게는 상대가 그 역할로 보이게 해주는 것이 가장 빛나게 해주는 것이다. 이번 연기로 더욱 더 김희애 선배의 팬이 됐다.”

이무생은 이번에 ‘이무생노랑’이라는 별명을 얻은 데 대해 “이런 수식어를 만들어내는 분이 천재같다”고 쑥스러워했다.

“‘부부의 세계’가 자극만 있었다면 이렇게 큰 화제를 낳기는 어려울 것이다.19금이긴 하지만, 남녀노가 볼 수 있다. 부부관계나 부모자식관계에서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고 본다. 나도 항상 역할에 맞는 나의 색깔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무명 생활이 길었다는 이무생은 합기도와 태권도, 축구 등 운동을 좋아한다. 정확한 발성으로 말을 하는 그에게 ‘그것이 알고싶다’류의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되겠다고 말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이무생에게 ‘부부의 세계’란 무엇이었을까 라고 물어봤다.

“한 단어, 한 문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꼬리를 물고 다른 생각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양파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껍질을 벗기면 또 다른 느낌이다. 여러 겹이다. 그런 양파를 봐주신 시청자에게 감사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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