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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거대 여당이 더 포용하는 모습 보여야 협치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21대 국회 개원을 위한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범여권인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등이 함께했다지만 사실상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채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를 열겠다는 심산이다. 통합당은 교섭단체 간 합의 없이 본회의 개의와 진행은 불가능하고 “독재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도 아예 작정한 듯 좀처럼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여야가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국민의 바람은 이번에도 점점 더 멀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민주당이 사실상 단독으로라도 21대 국회 문을 열겠다고 나선 명분은 ‘정상 개원’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법에 정해진 날짜에 국회를 여는 것은 결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원 구성 협상을 이유로 개원이 늦어지는 나쁜 관행을 이참에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도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번 만큼은 단호하게 임하겠다고 언급했다.

법이 정한 시한을 지켜 국회를 개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하는 국회’에 반대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원 구성 협상이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고 거대 여당이 힘만 믿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청산해야겠지만 이 역시 여야 간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정치는 협상이고, 협상은 곧 대화다. 이 틀이 무너지면 결국 정치도 사라진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21대 국회는 임기 내내 여야 간 지긋지긋한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고 말 것이다.

민주당도 수적 열세인 야당 시절을 많이 겪었다. 개원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만 해도 민주당이 야당일 때 ‘거대 여당 독주 견제’를 이유로 요구했던 자리고 관례처럼 야당이 맡아 왔다. 개원협상이 지지부진한 데는 민주당의 책임도 있다는 얘기다.

여당인 민주당이 더 포용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무리 수적으로 우위에 있다 하더라도 야당의 협력 없이는 국정을 원활하게 끌어가기 어렵다. 수레의 한쪽 바퀴가 튼튼해도 다른 쪽이 부실하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이치와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며칠 전 여야 원내대표에게 협치를 당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근 통합당은 여러 면에서 달라지고 있다. 5·18민주화 운동에 대해 전향적 사과를 했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3차 추경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이 야당의 입장을 조금만 더 헤아려 준다면 협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협치의 시험대에 오른 것은 통합당이 아니라 민주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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