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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멈추지 않는 도전, 꿈을 현실로 만든다

지난주 말 전해진 미국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첫 번째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 소식은 전 세계를 흥분시켰다. 우주 사업을 시작한 초기에 세 차례 로켓 발사 시험이 실패하면서 파산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던 스페이스X가 우주선 발사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8년 동안 우주여행 시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다.

꿈은 이처럼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때 완성될 수 있다. 또 다른 인류의 오랜 꿈 중 하나인 핵융합에너지의 실현도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핵융합발전은 오랫동안 꿈의 에너지로 여겨졌다. 반세기가 넘게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핵융합에너지 실용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난제가 많이 남아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주요 국가는 연구 역량을 모아 핵융합을 이용한 대용량에너지 생산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ITER 사업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대형 국제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다. 1985년 처음 논의된 ITER 사업은 무려 20여년 후인 2006년에야 7개 회원국이 공동이행 협정을 맺고 건설사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 후 약 14년이 지난 지금 ITER 건설은 약 70%의 공정률을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데에는 거대한 인공태양인 ITER 건설에 초대형, 초고온, 극저온, 고진공 등 수많은 과학기술 분야의 한계를 넘나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이유가 크다.

하지만 ITER 완공을 위한 끝없는 도전은 한계를 넘는 새로운 기술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가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나왔다. ITER의 성공적인 건설을 위한 핵심 부품이자 최고 기술 난이도를 요구하는 ‘진공용기’의 첫 번째 섹터가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가두는 진공용기는 섹터 하나만도 높이 11.3m, 폭 6.6m, 무게 400t에 달하지만, 제작에 허용되는 오차 범위는 불과 수 mm에 불과하다. 우주 공간과 같은 진공 상태를 구현해야 하는 만큼 세밀한 공정과 검수 과정은 정말 까다로웠다.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당초 진공용기 9개 섹터 중 7개 제작을 맡았던 유럽은 우리나라에 2개의 제작을 넘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과 진공용기 제작 참여 기업인 현대중공업은 무려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공용기 섹터 개발과 제작에 힘을 쏟아 결국 세계 최초로 섹터 제작에 성공할 수 있었다.

모든 과정이 새로운 도전의 연속인 ITER 건설이 이처럼 완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은 국내 연구자들과 기업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 덕분이다.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지기도 했던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를 향한 꿈이 마침내 이뤄졌듯이, 핵융합에너지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전 세계 핵융합 연구자들의 꿈도 현실이 될 날이 곧 올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이미 핵융합실증로(DEMO) 건설을 위한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며, 유럽 역시 최근 2050년 핵융합으로 전력생산을 목표로 DEMO 개념 설계에 착수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연구진 역시 성공적인 ITER 완성과 함께, 핵융합에너지 시대를 활짝 여는 날까지 남아있는 기술적 한계를 향한 도전을 지속하고, 결국 꿈을 현실화할 것이다.

정기정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 한국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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