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코로나 위기속 마이너스 물가, 디플레 대응책 준비해야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0.3% 하락했다. 마이너스 물가는 지난해 9월에 이어 8개월만이다. 이미 낮은 0% 초반의 수치가 1년 이상 지속된 저물가 노멀 상황이어서 크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걱정을 불러오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선 각종 재난지원금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수요진작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5월의 마이너스 물가는 신선식품(3.4%), 농축산물(3.1%)의 가격상승에도 불구하고 석유류의 가격하락(-18.7%)이 워낙 커서 나타난 결과다. 실제로 채소류는 9.8%, 돼지고기는 12%나 올랐다. 고등어는 무려 16.4%나 된다. 국민이 체감하는 밥상머리 물가는 이처럼 엄청나게 올랐다는 얘기다. 작황이 좋지 않은 측면도 원인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집에서의 소비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일종의 수요증가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의 효과는 여기까지다.

5월 서비스물가는 불과 0.1% 상승했다. 1999년 12월 이후 2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거의 IMF 당시 수준인 셈이다. 특히 오락·문화(-1.6%), 통신(-0.7%)은 아예 떨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갈 곳 안가고 못 가면서 주머니도 함께 닫고 있는 것이다. 외식물가는 상승폭이 2% 안팎에 달하는 게 보통이다. 5월엔 0.6% 상승에 그쳤다. 수요 차원의 물가 상승 여력에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5월의 마이너스 물가가 불황형 수요부족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 석유류 가격 하락에 따른 공급부문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래서 디플레라고 보지 않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것도 전 세계적이다. 물가상승 요인은 거의 없다. 물가는 혈압이다. 높아도 낮아도 병이다. 적당해야 한다. 물가하락은 가계로 하여금 소비를 미루게 한다. 싸니까 사는 게 아니라 더 싸질 때까지 기다리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업도 투자를 미룬다. 악순환의 연쇄 파급이다. 이른바 ‘디플레의 소용돌이’다.

올해 성장은 마이너스가 기정사실이다. 추경으로 돈 푸는 데도 한계가 있다. 금리도 내릴 만큼 내렸다. 재난 지원금의 약발도 두 달 뒤면 끝난다. 경제는 위축일색이고 정책 수단은 거의 바닥났다. 디플레 논쟁은 의미가 없다. 저물가 기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정책 방향은 성장 쪽이어야 하고 기업의 투자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유일한 길은 규제개혁이다. 지금 모든 경제지표는 그곳을 가리키고 있다. 마이너스 물가도 그중 하나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