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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만삭의 위안부’ 첫 발굴 동영상, 시청자에 공개…교육·연구 자료로 가치 지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위안부 인권 운동 단체를 둘러싼 논란을 틈타,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부 극우단체들의 역사 왜곡 시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KBS가 2차대전 막바지에 구출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영상을 발굴해냈다.

지난 2017년 서울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발견한 18초 영상에 이어, KBS가 두 번째로 이전 것과는 또 다른 영상을 발굴한 것. KBS는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9월, 백일 간의 전투 끝에 일본군 진지를 함락한 날, 가까스로 진지를 탈출한 위안부 발견 영상을 6월 1일 시청자에 공개한다.

-‘만삭의 임산부’ 故박영심 할머니 생전 모습 영상 최초 발굴

맨발에 남루한 차림, 일본식 ‘기모노’ 형태의 옷을 입고 있는 여성. 지옥 같은 상황에서 탈출한 위안부들이 연합군을 맞닥뜨리며 당혹감을 드러낸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9월, 만삭의 일본군 위안부’ 사진으로 잘 알려진 故 박영심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이 중국 윈난성 쑹산에서 미·중 연합군에 의해 구출되는 장면이다. 두 팔을 든 채 연거푸 ‘만세!’를 외치는 만삭의 여성, 박영심 할머니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발견된 건 이번이 최초다.

이 영상은 1944년 9월 7일, 미·중 연합군이 중국 윈난성 쑹산에서 일본군 진지를 함락했던 날. 미군 164통신대 사진대 소속 사진병이었던 에드워드 페이 병장이 쑹산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소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옷차림하고 머리 모양하고 그리고 배의 모습을 봤을 때 박영심 할머니로 보입니다. 아, 되게 가슴이 벅차네요."-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박정애

-KBS 다큐인사이트 제작팀, 백사장에서 바늘찾다

‘만삭의 위안부’ 영상은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과거 한국사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KBS 다큐인사이트 제작팀에 의해 우연히 발굴됐다. KBS제작팀이 미 국립 문서기록 관리청(NARA)에서 한국전쟁 관련 자료로 추정하고 복사해 온 영상은 9천여 개 파일, 천 5백 시간 분량. 전쟁 당시 미군에서 촬영하거나 확보한 영상, 사진, 문서자료가 모두 모여 있어 의미 있는 자료들이 많지만, 문제는 상당수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덩어리째 보관만 돼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만삭의 위안부’ 영상은 KBS취재팀이 일일이 영상을 들여다보고 분류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KBS 발굴 ‘만삭의 위안부’ 최초 영상, 시청자에 6월 1일 공개

故박영심 할머니는 17살이던 1939년, 잡부를 모집한다는 일본 경찰에 속아 중국 난징으로 끌려가 만 6년 동안 미얀마와 윈난성 등지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후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다 2006년 평양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한눈에 보여준 가장 대표적인 사진이었던 故박영심 할머니의 생전 모습이 영상으로 재확인됐다는 측면에서 이번 영상은 학술적 가치가 크다. 또한 해당 영상은 앞으로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위안부에 참여했다는 일본 학계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할 중요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KBS는 최초 발굴된 故박영심 할머니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시청자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라 판단하여, 누구든 해당 영상을 제공받아 교육·연구 등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6월 1일 시청자들에게 공개한다.

“모두 너무 굶주린 상태였고, 생과 사를 넘나들던 순간이었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故 박영심 할머니

"움직이는 영상 속에서 겁남, 두려움 같은 것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할머니들의 고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아시아 평화와 역사 연구소 연구위원 한혜인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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