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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러스] 해외부동산펀드, 백조에서 미운오리새끼로
코로나19 실물경제 충격
상가·사무실·호텔용 건물
공실 늘고 자산가치 하락
환 위험에 차입 부담까지

[미국 애틀랜타 스테이트팜빌딩,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그칠줄 모르고 성장하던 해외부동산펀드가 ‘코로나 쇼크’로 휘청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물경기 침체가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까지 충격파를 주고 있어서다. 최근의 양상은 부실 실사 등 개별적인 문제로 펀드에서 사고가 터졌던 것과 차원이 다르다. 코로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해 자산가치 하락이 이어질 경우 만기 시 투자자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안정성+수익성, 코로나19에 무용지물 = 부동산펀드는 저금리 기조가 본격화된 2017년부터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꼬박꼬박 임대수익을 챙길 수 있고,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은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은행권에서도 1조8118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팔려나갔다.

좁은 국내를 벗어나 넓은 시장을 향한 열망은 해외 부동산 열풍으로도 이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해외부동산펀드의 설정액은 55조7776억원으로 집계됐다. 설정액은 2017년 29조원대에서 2019년 53조원대로 2년만에 80%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부동산펀드 시장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48%에서 53%로 증가했다.

승승장구하던 해외부동산펀드의 발목을 잡은건 다름 아닌 바이러스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은 해외 부동산 시장에 막대한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국내에 설정된 해외부동산펀드의 기초자산을 보면 상가, 오피스, 호텔 등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는 상업용 부동산이 상당하다. 공실률이 높아지면 임대수익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공모 해외부동산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58%(5월 26일 기준)에 그쳤다. 1년 수익률(-3.66%)보다 저조한 것을 봤을 때 올 들어 부진이 심했다는 얘기다.

해외부동산펀드는 특성상 만기가 5~7년 안팎으로 정해진 폐쇄형이 대부분이다. 만기 전 급격한 수익률 악화를 피할수는 있어도, 자산을 제값에 팔지 못하면 손실 가능성이 상존한다. 코로나 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현 수준으로 실물 위축이 이어진다면 수익을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들 해외펀드 설정 과정에서 국내 기관들이 서로 경쟁을 벌여 매입 가격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 확산의 최대 지역이 되면서 현지 부동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기관이나 펀드의 손실 가능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셀다운(sell-down) 목적의 투자물건은 매각지연 등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유동성 부족, 자산평가손실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자산운용사들은 임대수입 감소 등을 우려, 투자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월지급식부동산투자신탁1호(분배형)’ 운용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세계적 원자재 수요와 생산이 감소하면서 브라질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돼 헤알화 환율이 221.74원(4월29일 종가기준)을 기록했다”며 “해당 자산 내 임차인들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으며, 시장 임대료 추이를 분석해 주요 임차인의 3년차 임대료 조정 협의를 최대한 유리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부실실사, 복합한 이해관계 '고질적 리스크' 고려해야 = 공모형 해외부동산펀드의 설정액은 3조원 안팎이다. 사모형(52조원)에 비해서는 미미하지만, 일반 고객들도 대체자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금융사들도 소액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 상품 출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해외 부동산펀드에 투자 할 때 고객들이 고려해야할 사항이 있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인만큼 환리스크는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미국 부동산이라면 그나마 달러 움직임만 고려하면 되지만 다른 나라는 얘기가 달라진다. 환노출형 브라질부동산펀드에 투자하면 달러/원 환율과 달러/헤알화 환율 영향을 동시에 받는 식이다. 환헤지를 택할 경우 이중 헤지에 따른 비용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구조도 환율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을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부동산펀드 구조를 보면 레버리지 비율에 따라 이익기회 뿐 아니라 손실위험까지 올라가는 셈"이라며 "기초자산의 가격변동 리스크에 레버리지 및 환 리스크까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100억원 출자하고 펀드가 이를 담보로 다시 100억원을 차입해 200억원 짜리 빌딩을 매입했다고 치자. 빌딩 가격이 300억원으로 50% 오를 경우 투자자들은 100%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150억원으로 25% 하락하면 수익률은 -50%(각종 부대비용은 편의상 감안하지 않음)가 된다.

재간접형 구조가 많은 해외 부동산펀드 특성상 설정 및 운용되는 과정에서 현지 업자, 운용사, 판매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알아둬야한다. 이 때문에 거래 상대방 리스크나 현지 규제 및 법률 리스크가 생길 경우 손쉽게 대응하기 어렵다. 해외부동산펀드에서 문제가 생길 때 부실실사 논란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처럼 해외 현지 방문길이 막힐 경우 이런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중국 안방보험과 미국 호텔 15곳 인수 계약을 둘러싸고 법적 공방을 겪고 있다. 매매계약 체결 후 소유권 등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호텔 6곳이 다른 법인으로 이전된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매매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안방보험이 계약해지 무효소송으로 맞서면서 공방이 진행 중이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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