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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다이아몬드 캐기, 그 ‘혁신’의 교훈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다이아몬드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광산에서 100톤의 돌더미를 채굴했다고 하면 그 안에 들어있는 다이아몬드는 기껏해야 200그램 정도라고 한다. 그나마 등급이 낮은 광산의 경우는 다 합해야 조약돌 하나도 안 되는, 고작 3그램의 다이아몬드 조각들을 찾아내는 데 그칠 수도 있다고 한다.

채굴한 돌더미에서 다이아몬드를 분리해내려면 대개는 커다란 돌덩어리들을 잘게 부순 뒤 물이나 기타 화학물질을 섞어 흔들어 비중이 무거운 다이아몬드가 아래로 가라앉으면 이를 모아 그 안에서 다이아몬드를 찾는 방법을 쓰게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의 문제점은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돌덩어리들을 잘게 부수는 과정에서 큰 다이아몬드 원석이 쪼개져 그 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100년 이상 유지돼 오던 다이아몬드 분리 방법을 혁신해서 유명해진 회사가 있다. 바로 캐나다의 다이아몬드 채굴 회사 ‘루카라’다. 이 회사는 채굴한 돌더미를 잘게 부수기 전에 X레이 투광기를 통과시켜 큰 돌덩어리 안에 다이아몬드가 들어있는지를 먼저 알아보고, 만약 다이아몬드가 들어있으면 그 원석이 쪼개지지 않게 분리해내는 방식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그 결과 설립된 지 11년밖에 안 된 회사가 1000캐럿 이상의 2개를 포함해 300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 12개를 찾아내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루카라가 사용하고 있는 X레이 투광기 기술이란 게 그렇게 대단한 기술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X레이 투사 장비와 유사하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왜 이 기술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지 않았는지 의아해질 지경이다. 다이아몬드의 크기와 가치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시 말해 1캐럿의 다이아몬드가 1000만원이라고 하면 0.5캐럿의 다이아몬드는 200만원도 안 될 수 있다. 그러니 다이아몬드 원석이 들어있을 수 있는 돌덩어리를 쪼개기 전에 그 안에 다이아몬드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기업에서 미래 먹거리가 될 사업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다듬는 과정은 어쩌면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다이아몬드를 찾아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것이다. 정말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만한 아이디어가 드문 것도 그렇지만, 많은 아이디어 가운데 어떤 아이디어를 선택해서 어떻게 미래 먹거리로 키워낼지에 대해 경영진이 모범답안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도 비슷한 점이다. 그래서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보다 그게 누구의 아이디어인지가 더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원석을 찾아내 다듬기만 하면 되는 다이아몬드와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하는 사업을 동일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로 성장할 만한 사업이 나타내는 공통적인 특성은 있는 법이고, 그것은 루카라의 X레이 투광기의 경우와 비슷하게 미래의 소비 트렌드, 경쟁 환경, 기술의 발전과 회사의 능력과 같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객관적 잣대를 통해 찾아낼 수 있다. 회사의 미래 먹거리가 없는 것을 한탄하기 전에 다이아몬드 원석을 돌덩이인 줄 알고 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돌이켜볼 일이다.

이상훈 전 ㈜두산 사장·물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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