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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포스트 코로나, 왜 소상공인 비즈니스모델의 재구성인가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이형석 원장.

전쟁이나 대공황 혹은 코로나 등과 같이 미증유의 사태가 발생하면 크게 두 가지가 우선적으로 바뀐다. 그 하나는 통치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비즈니스모델이다. 이 가운데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뉴노멀(New normal), 즉 재구조화가 어떻게 흐를 것인지에 대해 예측해 보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소상공업 비즈니스모델을 ‘업종’이라 한다. 그동안 수많은 창업과정을 거치면서 정형화됐기 때문이다. 정형화가 됐다는 것은 같은 모델로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게 표준화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굳이 업종을 설명하자면 ‘구분이 가능한 최소 산업단위’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소셜벤처나 스타트업은 업종으로 구분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같은 기술을 쓰더라도 어디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업종이 바뀌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라 할지라도 원격진료에 적용하는 스타트업이 있는가하면 유통업에 적용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그래서 업종포화라는 말은 있어도 비즈니스모델 포화라는 말은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스타트업에서의 비즈니스모델은 업종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조금 어렵지만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하나의 가치를 포착, 창조, 전파하는 방법의 논리적인 체계”라고. 좀 더 쉽게 풀어 쓰자면 ‘하나의 구체화된 아이디어를 어떤 채널을 통해서 누구에게 판매할 것인가에 대한 구조’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비즈니스모델은 비정형업종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상공업의 비즈니스모델은 예전처럼 정형화된 ‘업종’만으로 계속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언급한대로 코로나19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태로 인해 소비자행동이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소상공업이 어떤 방향으로 재구조화될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른바 ‘업종’만으로 창업이 가능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후반에 프랜차이즈라는 새롭게 구조화된 업종이 일반화됐다. 참고로 프랜차이즈협회는 1997년에 창립됐다. 나는 이를 ‘매뉴얼 업종’이라 부른다. 통일된 매뉴얼로 찍어내듯 창업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 여파로 2000년대 들어 매뉴얼 업종도 포화상태에 이른다. 그래서 나타난 업종이 통합(Integration)업종이다. 각기 다른 업종을 하나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예를 들면 치킨점과 카페를 묶거나, 제과점과 커피점을 묶는 식이다. 이렇게 부차적으로 얹은 업종을 나는 시너지업종이라 부른다. 이런 표준업종에다 시너지업종을 묶어서 나온 신업종이 바로 통합업종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창업했던 자영업은 대부분 전통적인 ‘표준업종’이거나 ‘통합업종’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또 다른 비즈니스모델이 필요해졌다. 현존하는 업종에 무언가(something)를 입혀야 할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그 ‘무언가’는 기술이거나 도구(tool)가 될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까지는 하나의 업종, 즉 표준업종이 동그라미(o)라면 통합업종은 동그라미를 두 개 붙인 형태였다. 두 개의 업종이 가진 본질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여기에 모양이 전혀 다른 네모(ㅁ)를 얹게 되는 비즈니스모델로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나타난 업종을 나는 ‘시스템 업종’이라 부른다.

포스트 코로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따라서 소상공업 네트워크가 취약한 창업자들은 독자적인 창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 향후 나타날 비즈니스모델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크게 4가지 모델이 될 것이다. 첫째, 드라이브스루 비즈니스모델 둘째, 워크업 윈도우(walk up window)모델, 셋째 이동식점포모델 그리고 디지털 월숍(Digital Wall Shop)이다.

우선 드라이브스루 모델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엔데믹(endemic)으로 간다면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입지 여건상 도입이 제한적이다. KB국민은행이 분류한 174개 소상공업종 중 커피, 세탁소, 식료품점 등 15개 업종정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공간이 충족된 입지는 그리 많지 않다.

다음으로 예견되는게 워크업 윈도우다. 흔히들 워킹스루로 부르는 이 모델은 24개 업종 정도에서 채용이 가능하다. 앞으로 가장 많이 도입될 모델이 될 것이다. 일단 기존사업자들이 이 시스템을 채용하려 들 것이고, 창업자들도 이 모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내수시장이 어려운데다 창업비가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이동식 점포모델을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의 이동식 채소상점인 모비마트(Mobymart)형태가 되겠다. 모비마트는 무인 채소상점이 집 앞으로 오는 구조다. 다소 먼 얘기지만 여기에다 아마존고(Amazon go)가 준비하는 향후 모델인 이동형 무인점포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지금 일본 자동차회사 도요다가 개발 중인 ‘이팔레트’가 정점이 될 수 있다. 이팔레트는 고객이 원하는 시각에 자율주행상점이 집 앞으로 오는 시스템인데 내년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월숍은 유동인구가 많은 여유있는 벽면에 디지털 가게를 차리는 모델이다. 예컨대, 화장품을 이미지로 벽면에 배열하고, 구매자는 QR코드로 성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앱을 통해 결제하면 자동으로 오더가 내려지는 구조다. 물론 아직까지 선보인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모든 기술은 충분하기 때문에 조만간 출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론을 내 보자. 앞으로 소상공업은 전통적인 업종 창업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굳이 코로나가 아니라도 저성장과 인구감소, 실질소득 감소 등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후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 소상공인과 스타트업간의 파트너십을 지원하거나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leebang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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