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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농식품 유통의 ‘뉴노멀’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얼어붙었던 세계경제가 서서히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는 양상이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금부터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표준, 즉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농식품 유통 또한 전혀 새로운 미래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해나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코로나 발생 이후 농식품 유통에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농산물과 식품 수급에서 정부와 공공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높아졌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식료품과 생필품 사재기가 만연했다. 식품 사재기는 없었지만 우리도 공적마스크 정착 이전에는 마스크 대란을 겪었다. 식량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특히 식량수급에 대한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일부 국가가 농산물 수출을 중단하면서 한때 국내 수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해외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국내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비축 농산물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정부와 공공의 역할이다. 그리고 공공의 역할과 책임은 앞으로 더욱 강하게 요구될 것이다.

둘째, 세계화에 대한 문제 제기다. 우리나라 농식품 조달은 글로벌 공급망(GSC, global supply chain)에 주로 의존해왔다. 코로나 사태로 이동 제한, 국경 폐쇄 등 극단적 조치가 취해지면서 GSC는 심각한 불안정성을 노출했다. GSC에 대응하는 개념은 국가공급망(NSC)이나 지역공급망(RSC)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로컬푸드 직매장, 직거래장터 등 지역 기반 소규모 공급망이 기존의 대규모 주류 공급망 못지않게 중요한 유통 채널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학교급식용 농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꾸러미가 좋은 예다. 지역화 및 소규모화 움직임을 동력으로 지역 기반 소규모 농식품 공급망의 자생력을 길러 나가는 것이 우리 농업계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셋째, 언택트(untact), 즉 비대면 서비스의 강화다. IT기술의 발달은 농산물 상품 검수, 경매 등 전통적으로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지던 활동을 온라인으로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올해부터 산지 온라인경매를 상시 추진 중이다. 산지의 생생한 영상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하는 등 기술 지원을 통해 비대면 거래의 한계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앞으로 가상현실(VR) 등 IT기술과의 접목이 활발해지면 농식품 유통의 비대면 분야는 더욱 넓어지고 정교해질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편의성 제고 식품의 확대다. 인구구성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가정간편식(HMR), 밀키트 등은 최근 몇 년간 급속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코로나 이후에는 이러한 시장이 더욱 커지고 활발해질 전망이다. 편의성 식품에 대한 국산 농산물의 공급, 부가가치 창출 등에 대해 농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바야흐로 대전환의 시기를 마주하고 있다. 급격한 변화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가져오지만, 역사적으로 강자들에게는 기회가 되고 약자들은 더 위기에 몰려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 ‘공동선(善)’의 관점에서, 지금의 변화가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나라가 코로나 방역 모범국을 넘어 ‘뉴노멀 시대’의 모범국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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