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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식도락과 ‘사회적 거리두기’

흔히 ‘맛집 찾기’로 불리는 식도락은 많은 사람이 가진 취미다. 특히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식도락을 통해 사람들은 입(맛)은 물론 눈(플레이팅)과 코(냄새)에서도 만족감을 얻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간이 멈춰진 듯한 노포에서는 부모 등 이전 세대가 살았던 과거로 ‘시간여행’을, 외국 요리를 잘하는 식당에서는 음식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소셜미디어와 검색 포털에 관한 리포트 2020’을 보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경우 설문 응답자 중 가장 많은 18.6%가 ‘음식·요리·맛집’을 검색 빈도가 가장 높은 키워드 카테고리로 꼽았다. 식도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방증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식도락을 통해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누리기 쉽지 않게 됐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처럼 인파가 몰리는 맛집을 찾는 데 사람들이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하는 식욕은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라고 한다. 이 같은 욕구를 억누르고,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벚꽃 구경 같은 상춘(賞春)을 자제하는 등 참고 견딘 덕에 한때 1000명에 육박했던(2월 29일 916명) 국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이달 2일부터 한자릿수 또는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외에도 외부 활동을 가능한 억제 하면서 맛집처럼 사람이 모이는 밀집 시설 이용을 자제한, 성숙한 시민의식의 덕택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방역당국의 말대로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달 21일 저녁 무렵 이동을 위해 회사 인근을 지나갈 때였다. 한 음식점이 눈에 띄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은 아니지만, 주변 직장인에게 맛집으로 소문나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점심·저녁 식사 때 자리를 잡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 음식점도 인파가 줄어, 식사 시간에 어렵지 않게 착석할 수 있는 곳이 됐다. 하지만 그날은 어림잡아 20명가량 되는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이들은 거의 마스크를 썼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간격이라는 1m를 지키기 어려워 보였다. 최근 그 집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됐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정도’가 심한 느낌이었다. 정부가 이달 2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를 완화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지난달 22일부터 시행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이 지친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이젠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속 ‘방심’ 탓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로 ‘4말 5초 황금연휴’를 맞아 강원, 제주 등 유명 관광지의 숙박시설이 대부분 만실이라고 한다. 정확한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코로나19는 백신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 식당 앞에 늘어선 사람들의 행렬을 떠올리며, 마음속 방심이 퍼진다면 지난 2월 하순 같은 ‘대유행’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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