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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김필수] ILVU

단어나 문장을 줄여 쓰는 게 유행이다. 젊은 세대들이 주도한다. 생소하면 ‘노땅’이라고 자가진단하면 된다. 필자처럼.

이를테면 ‘생파’ ‘문상’ ‘고터’ ‘버카’ 같은 한국말이나 ‘TMI’, ‘AKA’, ‘LOL’, ‘JK’ 같은 영어다.(각각의 뜻은 맨 끝에!)

‘ILVU’도 있다. 발음 그대로다. ‘I Love You’다. 거의 상용화된 줄임말이다.

‘ILVU’를 보다가 요즘 한창인 ‘경기·주가 논쟁’을 떠올렸다.

내로라하는 저명인사들이 향후 경기 반등 전망을 놓고 ‘I·L·V·U’를 들고나와서다. 바로 ‘I자형 침체, L자형 둔화, V자형 반등, U자형 회복’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대표 비관론자답게 ‘I’자를 집어 들었다. 그냥 추락이니, 반등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괜히 ‘닥터 둠(Dr. Doom)’이 아니다. ‘대공황도 아닌 대대공황(Greater Recession)’이라는 신조어까지 제시했다.

루비니 교수의 반대편에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있다. 세계적으로 대공황 관련 논문을 가장 많이 쓴, 당대 최고의 대공황 전문가다. 그런 그가 ‘V’자를 택했다. 코로나 충격은 눈사태와 같은 일회성 재해여서, 문제가 해소되면 빠르게 반등할 것이란 주장이다. 제롬 파월 현 미연준 의장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버넌 스미스 미 채프먼대 교수도 같은 생각이다.(※다만, 버냉키는 지난주 생각을 바꿔 비관론 쪽으로 기울었다)

I자와 V자 사이에 여럿이 있다. 침체 지속기간에 따라 L자와 U자로 나뉘지만, 경계는 불분명하다. 전향한 버냉키와 함께 버냉키의 후임이었던 재닛 앨런 전 미연준 의장,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등이 합류했다. 침체가 길어질 테니, 안전띠를 단단히 매라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보통 주가는 경기에 3~6개월 앞선다 한다. 특히 반등 국면에서 그렇다.

이를 적용하면 1)V자형 반등 시나리오 : 경기는 빠르면 올 3분기, 늦어도 4분기 반등. 주가는 지금부터 본격 상승 2)U자형 회복 시나리오 : 경기는 내년까지 침체 지속, 내후년 반등. 주가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상승(※물론 거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지금 주가 추이를 본격상승으로 보고, 3~4분기 V자 경기반등을, 아니면 반짝상승으로 보고, 내후년 U자 경기회복을 예측할 수도 있다)

I자형과 L자형에 따른 추이는 예측이 무의미한 ‘고통의 시나리오’이니 생략하겠다.

세계는 지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 V자형 반등이든, U자형 회복이든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확연히 다른 세상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대변화가 예고돼 있다. 바야흐로 ‘BC’와 ‘AD’의 구분이다. ‘Before Christ(기원전), Anno Domini(기원후)’ 아니다. ‘Before Corona(코로나 이전), After Disease(코로나 이후)’다.

(※생파=생일파티 / 문상=문화상품권 / 고터=고속터미널 / 버카=버스카드 / TMI=Too much information, 불편할 정도로 과다한 정보 / AKA = Also known as, ~라고 알려진 / LOL=Laugh-out-loud, 크게 웃는, ㅋㅋㅋ / JK=Just kidding, 농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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