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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차례 오나”…‘해고 대란’에 떠는 패션업계
-의류 수출업체들 직격탄…주문 취소에 대금 결제 지연
-자금난 심화되자 희망퇴직·권고사직·무급휴직 실시
-한솔섬유·풍인무역·신성통상·신원 등 인력 구조조정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연합]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패션업계에 감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수출길이 막히고, 소비 심리마저 얼어붙어 매출이 하락하면서 자금난에 빠진 국내 패션업체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의류벤더(주력 공급사)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이 본격화되면서 산업 전반에 실업 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아상역, 한세실업과 함께 의류벤더 ‘빅3’로 꼽히는 한솔섬유는 이달부터 일부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할 예정이다. 해외 거래처의 주문 취소·지연으로 대금 회수가 어려워진 상태에서, 제품 생산을 위해 투입한 원단·봉제·부자재 비용까지 고스란히 떠안자 비용절감에 나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솔섬유 직원은 “가장 먼저 사람부터 내보내려는 회사측의 태도에 직원들이 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회사측은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권고사직으로 전환해 위로금조차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일부 직원들을 회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솔섬유 관계자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보니 일부 사업부의 판단에 따라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며 “다만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풍인무역은 이달 1일부터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해외 거래처가 취소한 주문만 1000만달러(123억원)에 이르자 일방적으로 인력 감축을 시작했다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풍인무역은 지난달 27일 사전협의 없이 직원들에게 무기한 무급휴직을 통보하고 권고사직을 요구해 논란이 됐다. 풍인무역을 다니는 한 직원은 “이런 조치를 시행하기 3일 전 갑작스럽게 메일로 통보를 받았다”며 “영업부서가 가장 먼저 구조조정 대상이 됐고, 남아있는 직원들도 쫓겨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앞서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수출사업본부 직원 50여명에게 해고 통지를 했다. 이 가운데 25명이 권고사직, 7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나갔다. 이는 수출본부 전체 인원의 10% 수준이다. 의류 전문기업 신원그룹은 해외사업부 소속팀 1개를 축소하고 직원 7명을 정리해고했다. 학생복 업체 형지엘리트는 전체 40명의 직원 중 5명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패션업계의 실업대란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류벤더 ‘빅3’인 세아상역은 주요 거래처인 갭, 올드네이비, 콜스 등의 주문이 취소되자 일부 아르바이트생부터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미국으로 의류를 수출하는 최신물산도 코로나19로 주문이 끊기자 일부 임원과 계약직 직원들을 정리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전 직원의 근무일을 주3일로 단축하고 임금의 50%를 삭감했다. 한세실업은 올해 신입사원 공채 일정을 중단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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