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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부, 성착취 탈출 걸림돌 ‘대상 아동·청소년 입건’ 폐지 추진
현행법상 미성년 성매매를 ‘범죄’로 구분해 형사 입건하는 사례 적지 않아
n번방 사태 계기 성착취 사건서 자발성 따지는 모순 부각
추 장관, “법안통과 적극 지원”…의제강간 연령도 상향 검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성착취 등 디지털 성범죄에 강력 대응 방침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앞으로는 성매매 청소년이 ‘자발적이었다’는 이유로 형사 입건되는 일이 사라질 전망이다.

9일 법무부는 여성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아청법 개정안에 ‘대상 아동·청소년’ 개념을 삭제하는 데에 동의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동안 법무부는 ‘대상 아동·청소년’ 개념을 삭제하는 데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보호·지원 방안에 대해 안이 확정되진 않았다”며 “조만간 내용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청법상 ‘대상 아동·청소년’은 성매수자의 상대방인 미성년자를 말한다. 그동안 자발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성매매 행위를 했다면 범죄자로 구분돼 성범죄 피해 청소년들과 다른 조치를 받았다. 법무부는 ‘대상 아동·청소년’에게 보호관찰부터 감호위탁, 소년원 감치 등 형사처벌에 준하는 처분을 내렸다. 대상 청소년 개념이 사라지면 성매매에 동원된 미성년자는 입건대상이 되지 않고, 변호사 선임 및 치료 등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관리주체도 법무부가 아닌 여가부가 된다.

법무부의 입장 변화에는 추미애 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은 성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관련 법 정비를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지난 2일과 9일 여성계 대표들과 성착취 아동·청소년 권리옹호 전문가 그룹과 각각 만나 법체계 정비방안을 논의했다. 당초 법무부는 대상 아동·청소년이 다시 성매매에 나설 우려가 있다며 이 개념을 없애는 데 부정적이었다.

이와 관련한 아청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를 통과하지 못하 채 2년째 계류 중이다.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에 의해 국회 발의된 아청법 개정안은 2018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가결됐다. 그러나 법사위는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있는 타 상임위 법안을 상정할 수 없다며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변호사는 “법무부 입장 선회에서 그칠 게 아니라 국회 법사위를 설득해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n번방 사태를 계기로 성매매라는 이름으로 가장됐지만, 사실상 성매매를 강요받는 성착취 실태가 드러났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및 선택의정서는 만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 대한 성매매는 모두 성착취라고 하고 있다”며 “선거연령은 만 18세이면서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판단은 개인의 ‘자발성’의 문제라 보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밖에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연령 기준을 ‘만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 변호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아동에 대한 기본적 이해 프레임을 달리해 국가사회가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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